‘혹시 막장 아니야?’ 새로운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을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질문이다. ‘막장’은 ‘인생을 갈 때까지 간사람 또는 그러한 행위를 꾸며 주는 말’의 뜻을 담고 있는 명사로, 언제부터인가 ‘드라마’ 앞에 붙어 ‘막장 드라마’라는 단어는 불륜과 배신 등의 강한 소재를 담고 있는 드라마를 통칭하게 됐다.
최근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와 문영남 작가의 신작이 전파를 탄다고 예고되며 ‘이번에도 막장 드라마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막장 드라마’라는 말의 단초를 제공했던 임성한 작가와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 우려가 있다는 시선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물음이 제기될 때마다 제작진과 배우진은 모두 “막장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막장 드라마’라는 말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 이들은 센 소재를 사용했다고 ‘막장 드라마’로 몰아가는 시선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우연의 남발에 납득할 수 없는 설정 등 극의 개연성과 설득력이 부족해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지 못하는 드라마가 오히려 막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강한 자극을 원하는 만큼 드라마 속에는 현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센 소재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시청자에 충분히 이해시켜 페이소스를 건드리는 이들 작품들은 ‘막장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음에도 시청률 면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러한 설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명품 드라마’의 개념과 기준 또한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 최근 천륜을 끊어버리는 소재로 막장 논란을 자아냈던 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인물 개개인의 심리 변화를 세심하게 묘사해내며 결국 명품 드라마로 최종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뚜껑도 열기 전에 기준 또한 천차만별인 ‘막장 드라마’라는 쉬운 말로 작품을 속단,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인력이 공들인 작품을 섣부르게 깎아내리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jykw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