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한화팬" 최하위에도 더 뜨거운 성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5.18 06: 55

"정말 대단한 팬들이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두산전 중계를 위해 대전구장을 찾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처님 오신 날로 휴식일이기는 했지만 팬들의 끝없는 행렬을 보고는 감탄했다. 허구연 위원은 "한화가 최하위로 성적이 안 좋은데도 팬들의 열기는 더 뜨거워진 것 같다. 정말 대단한 팬들이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대전구장은 올 시즌 처음으로 1만3000석 정원이 가득차며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올 시즌 처음이었다. 한화팬들을 일컬어 야구팬들은 '보살'이라고 부르는데 때마침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첫 매진을 이뤘다. 한화 선수들도 보란듯이 3점차 열세를 딛고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부처님 오신 날, 아주 뜻 깊은 승리를 거뒀다. 

허구연 위원의 말대로 한화는 올해 고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 개막 13연패로 시즌을 시작했고, 지금도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해 9개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결과 만큼이나 과정도 좋지 않아 지켜보는 팬들로 하여금 몸에 사리가 생기게 할 정도다. 이쯤되면 야구를 외면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한화팬들의 성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홈경기 평균 7758명 관중을 동원한 한화는 올해도 경기당 7135명이 꾸준히 경기장을 찾고 있다. 비록 지난해보다 8% 떨어진 수치이지만 이는 프로야구 전체의 문제. 경기당 평균으로 비교할 때 전체 관중은 14.5%가 감소했다. 관중 증감율에서 한화는 4번째로 위치해있다. 
분명 기현상이다. 한화가 지난해 구단 사상 최다 관중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찬호-김태균의 복귀와 류현진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류현진이 미국으로 떠나고, 박찬호가 은퇴하며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성적마저 안 좋았으니 대폭적인 관중 감소는 당연한 듯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비록 성적은 부진하지만 변함없는 열기로 진정성을 자랑하고 있다. 오히려 팀의 인기와 인지도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들도 "우리는 인기팀"이라며 최하위 성적에도 관중석을 바라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허구연 위원은 "올해 성적이 떨어진 팀들은 관중들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한화팬들은 승패를 떠나 진정으로 야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너무 승패에만 집중했는데 이제는 즐기는 쪽으로 관람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한화팬들은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팬들처럼 아주 대단한 팬들이다. 한화 구단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감탄했다. 한화 김응룡 감독도 이날 첫 만원관중을 보고는"항상 변함없는 팬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한화 구단도 대전구장을 1~2차에 걸쳐 리모델링하는 등 꾸준한 개보수로 좌석과 통로를 넓히고, 여성화장실-사물함-스카이박스-잔디석 등 다양한 시설 확충으로 팬들의 편의를 높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한화는 19일 두산전에 내야지정석 및 외야비지정석에 한해 선착순 무료 입장 이벤트를 벌인다. 이날 행사 이름은 '그날의 눈물을 잊지 않겠습니다'. 개막 13연패 탈출 후 팬들과 함께 흘린 눈물의 의미다. 한화 선수단과 구단 그리고 팬들은 어려울 때 하나로 단단히 뭉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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