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루키 강승현, 1군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18 07: 16

연장전 동점 상황에서 등판하는 투수는 어쩔 수없이 큰 부담감을 갖게 된다. 1년차 신인이든, 10년차 베테랑이든 표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차이가 있을 뿐 한 점만 주면 경기가 끝난다는 압박감 속에 던질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롯데와 NC의 시즌 6차전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NC가 동점을 만들었다. 쫓기다가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 준 롯데, 연장 10회에 낼 투수는 정대현과 강영식, 그리고 강승현이 있었다. 셋 가운데 강승현이 마운드에 섰다. 결과는 실책이 포함된 1이닝 2피안타 3실점 패배.
그 날 강승현은 자신의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서울고-단국대를 졸업하고 2008년 롯데에 입단한 강승현이지만 쭉 2군에서만 공을 던졌고 올해가 돼서야 처음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우완투수다. 이날은 강승현의 생애 두 번째 1군 등판, 너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등판했다. 첫 타자를 내보내고 다음 타자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본인이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결국 강승현은 패전투수가 됐고 바로 다음 날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입단 6년차에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을 때는 부푼 가슴을 안고 호투를 다짐했겠지만 제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상동구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롯데 2군투수들 가운데 강승현은 가장 눈에 띌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5경기에 선발로 나가 28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패 평균자책점 1.61로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퓨처스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팀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덕분에 강승현은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등판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처음 1군에 올라오면 여유 있는 상황에서 등판을 하기 마련이지만 롯데는 매 경기 접전을 벌이면서 강승현이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결국 강승현은 베테랑 투수들도 부담스러워 할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1패만을 떠안고 2군에 내려갔다.
당시 등판 가능했던 투수는 정대현과 강영식도 있었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그들이 등판하면 오늘(17일 문학 SK전)은 누가 던지겠는가"라는 말로 마운드 운용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리고 정대현과 강영식은 나란히 17일 경기에 마운드에 올랐다.
만약 강승현이 그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무엇 하나 보여줄 기회도 없이 곧바로 2군에 내려가고 말았다. 1군에서 자신감 대신 좌절만을 맛보고 내려간 셈이다. 기회를 잡는 건 선수 본인의 능력이지만 선수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건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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