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본능이 깨어날까.
KIA 내야수 이범호가 지난 17일 잠실 LG전에서 6회초 2사후 선제 결승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KIA는 이범호의 홈런 한 방으로 2연패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이범호의 마음고생과 부담도 훌훌 날아갔다. 경기후 인터뷰에서는 속이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부진이 깊었다.
KIA가 최근 '김상현의 저주'라는 말을 들었던 이유는 트레이드 직후 연패와 부진이 빠졌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이후 5연패를 당하는 등 2승7패를 기록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부진한 이유는 타선의 침묵이었다. 빅뱅타선이 불통타선이 되버렸기 때문이었다. 득점이 9경기에서 17점에 불과하다.

불통 타선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범호의 부진이었다. 5월 7일 광주 롯데전부터 16일 광주 SK전까지 8경기에서 27타수 4안타에 그쳤다. 타점은 한 개도 없었다. 나지완과 최희섭이 만들어준 기회가 찾아갔지만 침묵을 지켰다. 특히 지난 15일 SK전 3-3이던 9회말 무사 만루찬스에서 짧은 외야플라이에 그쳤다. 팀은 끝내기 승리 대신 연장 패배를 당했다.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이범호는 강한 손목의 힘을 이용해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좌중간으로 보내는 기술이 있다. 그러나 스윙스피드가 떨어지면서 빠른 볼에 밀렸고 땅볼이나 내야 뜬공이 많아졌다. 잘 맞아가는 타구가 나오지 않자 자신감도 떨어졌다. 이범호가 침묵을 지키자 불통타선이 되었다.
역설적으로 지난 17일 잠실 LG전은 이범호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0-0이던 6회초 2사 2,3루가 되자 상대 배터리는 1루가 비었는데도 승부를 걸어왔다. 연속으로 볼 2개를 던진 리즈는 세 번째 몸쪽 빠른 직구를 찔러왔고 이범호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예측 타격으로 리즈의 149km짜리 공을 왼쪽 담장으로 넘겼다.
지난 4월 24일 마산 NC전 이후 23일만의 홈런포였다.. 경기후 "얼마만의 (히어로) 인터뷰인가"는 질문에 멋적게 웃었다. 그는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 이제까지 나한테 찬스가 많이 왔고 이길 찬스도 많이 왔었다. 부진하다 보니 심적으로 많이 위축됐었다”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쳐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이번 시즌 이범호의 득점권 타율은 2할4푼이다. 그 답지 않은 기록이다. 팀내에서 최희섭(.378), 나지완(.293)에 비해 훨씬 뒤진다. KIA는 윤석민 복귀와 송은범 신승현의 가세로 짜임새 있는 투수력를 확보했다. 득점력 증강이 숙제이다. 그 키를 이범호가 쥐고 있다. 이범호는 "이제는 잘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3점포를 계기로 해결사로 돌아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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