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히어로, 그딴 건 없다!'더니 철갑 수트를 입은 인간 아이언맨의 힘은 수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강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아이언맨3'가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 천만관객 외화로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이언맨'의 천만명 돌파라니, 더이상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 대기록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아이언맨3'는 부처님 오신날 공휴일인 17일 하루 동안 27만5892명 관객을 동원(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누적 관객수 800만명을 넘었다. 매출 점유율은 29%. 박스 오피스 2위를 달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신작 '위대한 개츠비' 1일 관객 19만4160명을 크게 앞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언맨 3'가 무려 3주 늦게 개봉한 '위대한 개츠비'에게 잠깐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줬다가 금세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수퍼 히어로'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들은 보통 1~2주 흥행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가 슬며시 사그라지는 경우가 십중팔구다. 그런데 '아이언맨 3'는 후속 기대작들을 차례차례 강철 펀치로 KO 시키는 흥행 뒷심을 자랑하고 있다. '아이언맨 3'는 4월 25일, '위대한 개츠비'는 5월 16일 막을 올렸다.

그뿐일까. 지난해부터 외화들을 코너에 몰어넣고 강타를 퍼붓던 한국영화 상승장세에 찬 물을 끼얹었다. '아이언맨 3'와 동시거나 이후에 개봉한 한국영화 '전국노래자랑' '고령화 가족' '몽타주' '미나문방구' 등이 줄줄이 '아이언맨 3' 흥행 토네이도에 휩쓸려 산산조각 나는 분위기다.
또 극장가 비수기인 5월말~6월초 사이에 '아이언맨 3'를 꺾을만한 기대작 개봉이 드물다는 점도 천만 돌파를 도울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충무로 제작자나 외화 수입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초 영화 배급 시기를 저울질 하면서 자신의 주력작들을 '아이언맨 3'와 붙이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흥행 추세라면 '아이언맨 3'는 다음 주중에 무난히 900만 관객대에 진입하며 흥미로운 징크스 하나를 접하게 된다. 바로 국내 최다관객 흥행순위에는 900만명 대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는 것이다. 천만관객 8편 아래로는 '디워' '국가대표' '과속스캔들' '웰컴 투 동막골' '친구' 등 줄줄이 800만명 대 영화들 뿐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인 특유의 군중심리와 배급사의 천만 밀어주기 전략이 크게 작용한다. 900만명을 넘어서면 언론에서 천만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며 이 때부터는 '누구 누구도 다 봤으니 나도 봐야된다'는 한국인 특유의 군중심리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또 제작사나 배급사도 일단 900만명을 넘어서면 마케팅비를 추가로 배정하면서 갖가지 이벤트를 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할인 및 단체관람 등의 꼼수까지 동원, 이왕이면 천만영화 타이틀을 따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어찌됐건 천만관객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안정된 연출, 그리고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 흥행 3박자를 제대로 연주하는 동시에 50~70대 장 노년층 감성을 자극하는 정서를 갖춰야한다. 천만의 벽을 넘한 한국영화들이 여기에 속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젊은 세대에 강한 대신에 중 장년, 노년 층에 약하다. 대신에 수천억원 제작비와 첨단 CG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볼거리로 플러스 알파를 노린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고 '아바타'는 외화와 한국영화 통틀어 국내 최다관객 1위 자리를 아직까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이언맨 3'는 먼저 인간적이어서 한층 매력있는 영웅 토니 스타크와 그를 사랑하며 늘 감싸주고 지켜주는 동양적 안방마님 페퍼 포츠의 러브 라인이 한국인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둘째는 여타 수퍼 히어로물보다 중장년들이 훨씬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 구조를 갖췄다는 것. 셋째는 한국영화와 차별화 된 할리우드식 물량공세가 셰인 블랙 감독의 손에서 이야기를 갖춘 블록버스터로 잘 포장됐다는 것 등 장점들을 고루 구비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인들이 즐겨 얘기하는 운칠기삼. '아이언맨 3'의 절묘한 배급시기가 이같은 흥행 요인들과 어우러지면서 천만 문턱으로 바짝 다가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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