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속에는 아빠들의 모습이 한가득 이다. KBS 2TV ‘내 딸 서영이’ 이후 가슴 찡한 부성애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 잡아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굳힌지 오래이며 KBS 2TV 수목 드라마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이하 ‘천명’)가 수목극 1위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등 부성애를 전면에 등장시킨 작품 속 인간적인 아빠의 모습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장이라는 가부장적인 이미지가 강한 단어 뒤에 감춰져 있던 아빠들의 진짜 모습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는 이들 프로그램은 멀게만 느껴졌던 아빠라는 존재의 인간적인 면모와 고뇌 등을 리얼리티를 가미하거나 극적 긴장감을 더해 풍성하게 그려내고 있다.

키워준 엄마와 낳아준 엄마와 그 딸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한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부진의 이유도 이 같은 열풍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고다 이순신’의 주된 갈등이 수많은 일일극에서 되풀이되던 엄마을 중심으로 했던 극의 플롯을 신선할 것 없는 방식으로 밟아가고 있기 때문. 전작 ‘내 딸 서영이’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시들한 시청률은 난공불락 KBS 주말극이라는 타이틀까지 위협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독불장군이자 난봉꾼인 아버지와 배다른 세 아들의 독특한 사랑방식과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경쟁작 MBC ‘금나와라 뚝딱’이 ‘최고다 이순신’을 위협하고 있는 깜짝 선전도 이와 같은 아빠 열풍 공식에 힘을 싣고 있다.
예능도 마찬가지. 중년 남성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폐지된 자리에 들어선 엄마들의 예능, ‘맘마미아’도 아직까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아빠 열풍을 반증하고 있다.
앞서 스크린에서도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류승룡 분)의 부성애 연기로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 ‘7번방의 선물’은 천만 관객을 넘어서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으며 ‘전설의 주먹’도 이러한 대세 열풍에 몸을 실어 거친 세 남자의 액션에 부성애를 더해 호평을 얻은 바 있어 한국 관객과 시청자가 선호하는 흥행 코드를 자리를 잡은 아빠 열풍은 당분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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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