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ATL전이 남긴 ‘빛과 그림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18 11: 52

5이닝 5피안타 5볼넷 2실점. 한쪽 시각에서 보면 최상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고 다른 시각에서도 보면 잘 버텼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기록이다. 그만큼 애틀랜타전은 류현진(26, LA 다저스)에게 뚜렷한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간) 터너필드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 5볼넷 5탈삼진 2실점했다. 팀이 4-2로 앞선 6회 마운드에서 내려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불펜이 곧바로 역전을 허용하며 시즌 5승 도전은 다음으로 미뤘다.
선발 투수가 2실점으로 경기 초반을 막았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5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류현진의 18일 경기가 딱 그랬다. 류현진은 3회까지만 63개의 공을 던지며 평소보다 고전했다. 주범은 볼넷이었다. 직전 경기까지 한 경기 최다 볼넷이 3개에 불과했던 류현진은 이날 총 5개의 볼넷을 내주며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특히 경기 초반이라고 할 수 있었던 1·2회에 볼넷이 집중된 것이 아쉬웠다. 애틀랜타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함께 팀 홈런 선두를 다투는 대포의 팀이다. 류현진은 이날 이런 애틀랜타의 장타력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적인 승부를 못 하다 보니 볼넷이 많아졌다. 5개의 삼진을 잡아내긴 했으나 쉽게 맞혀 잡는 장면이 평소보다 적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애틀랜타 타선도 제구가 다소 흔들린 류현진을 급하게 공략하기보다는 최대한 기다리는 승부로 힘을 뺐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제구가 조금씩 빗나갔다. 직구가 통하지 않으면 주무기인 체인지업이나 다른 변화구도 빛을 발하기 어렵다. 여기에 장타를 의식한 탓인지 체인지업 승부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날 10개의 범타 중 7개가 직구, 2개가 체인지업, 1개가 커브였다. 삼진은 체인지업과 커브가 2개씩, 그리고 직구가 하나였다. 평소보다는 변화구의 위력이 좋지 않았다.
이처럼 무기가 무뎌진 류현진의 투구수는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MLB 데뷔 이후 최소 이닝(5이닝) 소화에 그쳤다. 5회까지 투구수만 100개였다. 불펜이 강하지 않은 다저스로서는 어느 정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제 MLB 타자들은 류현진을 더 이상 루키로 보지 않는다. 공격적인 승부보다는 서서히 물고 늘어지는 승부가 많아지고 있다. 류현진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패턴의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타자들을 역이용할 수 있는 현명함은 필수다.
다만 위기관리능력은 여전히 빛났다. 류현진은 이날 10명에게 출루를 허용했으나 홈을 밟은 주자는 2명에 그쳤다. 여전히 승부처에서는 힘 있는 공을 던졌다. 강타선인 애틀랜타를 상대로 피장타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벤치와 팬들을 뜨끔하게 하는 큰 타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초반 8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허용한 류현진의 장타 위험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는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리했다.
결론적으로 가능성과 과제를 모두 내비친 애틀랜타전이었다. 투구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점에서 전자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을 수 있다. 실전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류현진은 오는 23일 오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다시 5승 사냥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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