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생활 '홈인' 박재홍, 끝내 눈물은 삼켰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18 21: 18

굿바이, 리틀쿠바. 17년 동안의 선수생활은 이제 끝났지만 박재홍의 야구인생 2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한 명의 레전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올해 초 은퇴를 선언한 박재홍(40)은 18일 문학구장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달 20일 KIA전에서 은퇴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되며 그의 은퇴식은 이날 열렸다.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하며 첫 시즌 30홈런-30도루 클럽 개설과 함께 신인왕좌에 오른 이래 프로야구 최고의 호타준족 중 한 명으로 활약한 박재홍은 KIA-SK를 거치며 통산 1797경기 2할8푼4리 300홈런 1081타점 267도루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의 신인투수가 류현진이었다면, 최고의 신인타자는 단연 박재홍이었다. 데뷔 첫 해 전인미답의 30-30 클럽에 가입하며 이름 석 자를 알린 박재홍은 3번의 30-30 클럽, 그리고 5번의 소속팀 우승을 이끌며 프로야구 한 세대를 풍미했다.

18일 SK와 롯데의 경기가 벌어지기 전 만난 박재홍은 "오늘도 비가 오면 현역에 복귀하겠다"며 농을 던졌다. 이미 한 번 은퇴식이 비로 취소된 것, 그리고 현역에서 영영 떠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표현한 말이었다. 문학구장 1루측 관중석 중단에 새겨진 300(홈런)-267(도루) 팻말에 대해서는 "남은 33개의 도루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학구장에는 밤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막상 오후 5시에 플레이볼을 하고 나니 바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도 인천야구 영웅의 퇴장에 슬퍼하는 듯 꾸준히 비를 뿌렸다. SK와 롯데의 경기는 7회 강우콜드로 롯데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박재홍의 은퇴식은 예정대로 그대로 열렸다.
불이 꺼진 문학구장은 남아있는 팬들이 켠 휴대전화 플래쉬로 반짝였다. 쏟아지는 비에도 마운드 위에 선 박재홍은 "프로야구 선수로 작별하기 위해 이 자리 섰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7년의 선수생활을 돌이키면 감회가 새롭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30-30을 세 번이나 달성했고, 소속팀 우승을 5번 이끌면서 팬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드렸다고 생각한다. 제 팬들은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저의 플레이를 보실 수 없겠지만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저의 플레이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준비해 둔 은퇴사를 읽었다.
 
박재홍은 숱한 추억이 담긴 문학구장 1루와 2루, 3루, 그리고 홈을 천천히 돌며 작별인사를 했다. 홈에 돌아오자 구단 관계자와 이만수 감독, 그리고 SK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재홍은 자신의 등번호를 이어받은 한동민의 볼을 쓰다듬으며 감회에 젖었다.
이제 박재홍은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박재홍은 팬들에게 "채우지 못한 도루 33개, 제가 해설을 하며 여러분의 마음을 훔친다고 했는데 열심히 하겠다"며 약속했다.
박재홍이 팬들에게 남긴 말은 역시 하나였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남아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원래 고향은 광주이지만 제 2의 고향은 인천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박재홍은 눈물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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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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