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리틀쿠바. 박재홍(40)은 18일 문학구장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달 20일 KIA전에서 은퇴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되며 그의 은퇴식은 이날 열렸다.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하며 첫 시즌 30홈런-30도루 클럽 개설과 함께 신인왕좌에 오른 이래 프로야구 최고의 호타준족 중 한 명으로 활약한 박재홍은 KIA-SK를 거치며 통산 1797경기 2할8푼4리 300홈런 1081타점 267도루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의 신인투수가 류현진이었다면, 최고의 신인타자는 단연 박재홍이었다. 데뷔 첫 해 전인미답의 30-30 클럽에 가입하며 이름 석 자를 알린 박재홍은 3번의 30-30 클럽, 그리고 5번의 소속팀 우승을 이끌며 프로야구 한 세대를 풍미했다.
현재 박재홍은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분한 목소리와 조리있는 말솜씨, 그리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벌써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은퇴식에서도 "채우지 못한 33개의 도루(박재홍은 300홈런을 기록했지만 267도루로 300-300 클럽 가입에는 실패했다)는 해설로 여러분의 마음을 훔치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중계를 맡은 방송사는 XTM이었다. 경쟁사 해설위원의 은퇴식 중계를 맡게 된 것. 공교롭게도 지난달 20일 비로 취소됐던 박재홍의 은퇴경기(SK-KIA)도 XTM이 중계를 할 예정이었다. XTM 관계자는 "은퇴식 날짜를 미리 알았다면 MBC 스포츠플러스에 양보를 했겠지만 두 번이나 우연히 박재홍 은퇴식 준비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XTM도 박재홍의 은퇴식 방송을 준비하며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작년부터 프로야구 중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과거 영상들을 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터. 하지만 XTM은 다른 방송 3사와의 합의를 통해 영상을 만들어 은퇴식에 맞춰 방영했다. 단순히 경쟁사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의 영웅 한 명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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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