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가십(18일)] 내리는 비에 얽힌 사연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18 22: 56

▲ 불운에 운 롯데, 이번에는 행운?
요새 김시진 롯데 감독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불운까지 겹쳤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심판 판정도 롯데를 외면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두 차례 홈런 타구에 대한 판독도 그렇고 바로 전날(17일)인 문학 SK전에서도 1루에서의 세이프 판정으로 김시진 감독이 항의를 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오늘은 하늘이 롯데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줬습니다. 롯데는 6회까지 6-5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었는데 사실 최근 롯데의 불펜 전력을 감안하면 나머지 이닝을 어떻게 막아야할지 김시진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할 만 했죠. 그런데 때마침 빗줄기가 굵어진 덕에 롯데는 7회 강우콜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승리도 하고, 불펜 전력도 아끼고, 선수단 정비에 시간도 벌었으니 롯데로서는 일석삼조의 비였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롯데는 올 시즌 첫 강우콜드 게임의 수혜자가 되며 연패를 끊었습니다. 반대로 비로 아쉽게 물러난 SK는 내일을 기약해야겠네요.
▲ 오승환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삼성이 진땀을 흘렸습니다. 막내 구단 NC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혈투를 벌였는데요. 사실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삼성이 조기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죠. 9회 2사 후 극적인 2-2 동점을 만들며 연장에 돌입한 삼성은 10회초 정형식의 타점으로 경기 첫 리드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삼성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아니라 심창민이었죠. 전날 22개의 공을 던지며 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의 상태에 뭔가 이상이 있었는지, 아니면 류중일 감독의 어떤 포석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심창민은 10회말 이호준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게 됩니다. 삼성의 차세대 마무리감으로 손꼽히고 있는 심창민의 올 시즌 첫 블론 세이브에 경기는 결국 12회까지 가게 되죠. 삼성 팬들로서는 평소에는 ‘공기’처럼 여기던 오승환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결국 12회 대거 4점을 뽑아내며 승리할 수 있었는데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NC보다는 그래도 사정이 나았던 까닭이겠죠. 심창민에게는 경험이, 삼성에는 승리가 쌓였으니 이것도 일석이조라고나 할까요.
▲ 두산의 낯가림, 또?
두산은 프로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적’으로 불립니다. 강호들에게는 좋은 경기를 하다가도 약체 팀에 심하게 고전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데요. 특히 처음 상대하는 신인급 투수들에게 고전한 적이 많아 “낯가림이 심하다”라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이런 두산의 모습이 또 한 번 드러난 경기였는데요. 두산은 한화의 신진급 선발 투수 송창현에게 4이닝 동안 2점을 뽑아내는 데 그치며 초반 기세를 뺏긴 끝에 2-14로 대패했습니다. 사실 송창현은 장성호(롯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을 뿐 이 경기 전까지는 1군 무대 기록이 하나도 없는 선수였습니다. “아… 또…”라는 두산 팬들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군요. 반면 231일 만에 선발 등판한 베테랑 왼손 투수 이혜천은 1⅓이닝 동안 5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으니 본전을 못 찾은 셈이 됐습니다. 두산은 19일 선발로 이정호를 예고했는데요. 한화 타자들도 이정호가 아직은 생소하니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 LG의 4연패, 팬들은 답답
LG 팬들의 인내심이 서서히 한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요 근래 들어 시즌 초반에는 좋은 모습을 보였던 LG가 올 시즌에는 그마저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지요. 이날 KIA에게 진 LG는 시즌 두 번째 4연패를 기록하면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 내용도 답답했는데요. 3루타 2개를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쳤지만 득점은 단 1점뿐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비가 오는 가운데 우비를 쓰고 LG를 응원한 팬들은 기분이 두 배로 나쁠 만한 경기라고 할 만 했습니다. 과연 LG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요. LG는 19일 선발로 한국무대 첫 등판을 가지는 류제국을 앞세워 연패 탈출을 노립니다.
▲ 끝까지 비에 시달린 박재홍
18일에는 또 하나의 굵직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재홍 현 MBC SPORTS+ 해설위원의 은퇴식이 문학구장에서 열린 것이지요. 박 위원은 통산 300홈런과 267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은퇴식에 또 불청객이 등장했으니 바로 비였습니다. 박 위원의 은퇴식은 당초 4월 20일 문학 KIA전을 전후해 열릴 예정이었는데 당시 수도권을 뒤덮은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면서 한 번 건너뛴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일정을 잡았는데 아뿔싸. 이날도 경기 전부터 비 예보가 있었죠. 결국 7회 롯데의 강우콜드 승으로 끝날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경기 후 은퇴식이 예정되어 있었던 터라 박 위원도 비를 홀딱 맞을 수밖에 없었죠. 좀 더 날씨가 좋았다면 더 많은 관중들 앞에서 성대하게 은퇴식을 치를 수 있었을 텐데 당사자가 구단이나 모두가 비를 원망할 법 했습니다. 그래도 선수생활을 마치고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박 위원의 은퇴식 자체를 가릴 수는 없었겠지요. 오히려 박 위원의 은퇴를 슬퍼하는 하늘의 눈물이라고 해석해도 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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