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한도전', 역사수업 시즌2가 기대된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5.19 08: 00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이돌 스타에게 역사는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아직 국가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역사가 많아 어떤 발언은 자칫 한 국가의 팬덤 전체를 등 돌리게 할 수도 있다. 사실 한류는 이같은 일의 반사이익 덕을 본 케이스라는 분석도 있다. 중화권에서 오랜기간 인기를 이어오던 일본 음악과 드라마가 한류 상품에 자리를 내준 데에는, 현지에서 역사 문제로 싹튼 반일 감정이 한 몫했다는 것이다. 손해를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본 내에 독도 문제 등이 반한 기류와 맞물려 한류가 반토막났다는 소식도 들렸다. 적어도 대중문화계에서 역사 문제는 불똥이 튀면 곤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본 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을 대거 초대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문제점을 짚은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은 매우 인상 깊었다. 지난 11일에 이어 18일에는 박명수-노홍철, 정준하-정형돈 팀이 각각 사건, 문화재를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명수는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을 신격화해둔 곳이므로, 거기 가서 절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제암리 양민학살 사건도 진지하게 소개했다. 스튜디오는 숙연해졌다.

노래 부르고 춤만 추는 줄 알았던 아이돌 스타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역사 문제를 맞히는 장면은 새로웠다. 어처구니를 맞히는 B1A4의 신우, 시치미를 맞히는 샤이니의 키는 센스있어 보였고, 시종일관 눈을 반짝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한 샤이니의 민호나 슬픈 역사에 한껏 감정이입한 포미닛의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최근 민주화 왜곡 발언으로 실수를 한 시크릿의 전효성도 직지심체요철 등을 술술 맞히며 '무한도전' 출연분 편집을 요구하던 일부 반응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사실 대중문화가 역사를 '민감해' 했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대학 입시에 중요한 국영수에 집중하고, 지나간 일보다는 지금의 실리를 우선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무한도전'도 요즘 아이들이 신사 참배가 '젠틀맨'인 줄 알더라며 한탄했다.
아이돌 스타들을 내세우긴 했지만 '무한도전'의 타깃은 아마도 전국민이었을 것이다. 특히 역사의식이 부족한 젊은 층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넨 셈이다. 젊은 세대에게 역사의식을 빠른 시간 안에 환기시키는데 '무한도전'만한 콘텐츠도 없긴 하다. 녹화에 참여했던 인피니트의 엘은 이후 직접 숭례문에 다녀오기도 했다. SNS 상에는 오랜만에 역사 공부를 해보고 싶어졌다는 글들이 쇄도했다.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나 연예인에게 공익적 성격을 요구하는 건 다소 촌스러운 일일 수 있으나 이번 역사 특집의 높은 순기능은 또 다른 방식의 시즌2를 기대케 하기도 했다. 한동안 유행어 남발 등으로 한국어 및 한글 파괴 주범(?) 선두를 달리던 '무한도전'의 새로운 다음 '도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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