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상황이든 '깜짝'이라는 말은 남다른 긴장감을 가져온다.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갑자기 일어날 때 당사자와 상대는 모두 긴장하게 된다. 프로야구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깜짝 선발'들도 마찬가지다. 평소 만나보지 못한 투수를 맞이하는 타자들도, 선발이라는 예상치 못한 과제를 부여받는 투수들도 그렇다.
야구 시즌이 시작되고 약 한달 반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각팀마다 선발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대부분 시즌 초 생각지 못한 부진을 겪는 투수지만 부상으로 '개점 휴업'하는 투수들도 생긴다. 이 결과로 최근 들어 각팀이 내놓는 깜짝 선발들이 야구판을 흔들고 있다.

한화는 지난 18일 대전 두산전 선발로 좌완 송창현(24)이 등판했다. 지난해 말 베테랑 장성호를 롯데에 보내고 받아온 투수다. 1군 경험이 없는 올해 신인이지만 김응룡 감독이 대학 때부터 눈여겨본 자원이다. 그 만큼 기대도 의심도 많았던 송창현은 데뷔전에서 4이닝 2실점하며 예상밖의 호투를 선보였다.
SK 우완 백인식(26)은 지난 16일 프로 6년만에 데뷔 첫 선발 기회를 안았다. 그러나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KIA 우완 윤석민(27)의 시즌 첫 선발에 쏠려 있었다. 윤석민을 상대한 백인식은 보란 듯이 7회 홈런을 맞기 전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6이닝 2실점으로 이날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 좌완 유희관(27)은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5⅔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사이드암 이정호(21)도 지난달 마산 NC전에서 4⅔이닝 2실점으로 선전했다. 두산은 올슨의 부상과 김선우의 부진으로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깜짝 선발들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KIA 좌완 임준섭(24)은 곱상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지만 깜짝 등판해 호투로도 관심을 모았다. 선발로 6경기에 나와 점점 한계를 드러내며 1승1패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 다시 불펜행을 통보받았지만 2년차로서 선동렬 감독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신생팀 NC에도 혜성같이 나타난 선발이 있으니 바로 언더핸드 이태양(20)이다. 초반 노성호 등이 부진해 4월 13일 마산 SK전을 시작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다. 이태양은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선발로만 6경기에 등판해 4승1패 평균자책점 3.05로 씩씩하게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깜짝 선발은 타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지만 소속팀은 그를 전부터 예비 선발로 준비시키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질 상황을 항상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각팀마다 '대기조'가 2~3명씩은 있다. 그러나 경험이 없는 이들의 호투를 기대하는 것은 도박과도 같다.
이들이 기대 이상의 피칭을 선보일 경우 개인에게 자신감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팀에는 마운드 운용 카드가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야구팬들에게는 생각지 못했던 볼거리가 많아지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무궁무진한 효과가 있다. 우리가 깜짝 선발들의 '깜짝 호투'를 항상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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