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창현, '장성호 트레이드 상대' 꼬리표 떼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5.19 07: 30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얼떨떨하다". 
한화 대졸 신인 좌완 투수 송창현(24)이 인상적인 프로 데뷔전을 마친 후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송창현은 지난 18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등판, 4이닝 3피안타 5볼넷 1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기대이상 호투를 펼쳤다. 비록 5회 승리투수 요건을 앞두고 아쉽게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팀 승리에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송창현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얼떨떨하다. 전날 경기가 끝난 뒤 선발 통보를 받았다. 1군에서는 중간으로만 나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들었다"며 "길게 안 보고 한 타자 한 타자 1이닝만 막자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응룡 감독도 "3회까지만 던져주면 성공"이라고 말했지만 송창현은 그보다 더 많은 4이닝을 소화하며 기대이상으로 보답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송창현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등판이 아니었다. 일단 프로 첫 등판이 선발이었다. 1군에 등록된지 며칠 안 되는 투수가 구원등판도 없이 선발로 프로 데뷔전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부담은 그를 보는 시선이었다. 알려졌다시피 송창현은 프로 데뷔 전부터 2000안타-1000타점의 대타자 장성호와 1대1로 맞트레이드돼 롯데에서 옮겨온 생짜 신인이다. 
장성호와 1대1 맞교환됐다는 점은 아직 데뷔도 안 한 신인 선수에게 가혹한 부담이었다. 대기록을 쌓은 대타자와 1대1로 트레이드될 만큼 얼마나 가능성 있는 투수인지에 대한 기대와 의심의 눈초리가 반반씩 섞였다. 송창현도 캠프 때부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솔직히 말해 부담이 된다. 나중에 실력으로 보여준 뒤 말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주변의 시선을 적잖게 의식했다. 
시즌 초반 2군에 머물 때에도 기록적인 성적은 좋지 않았다. 개막 13연패에 빠진 한화의 타선 침체와 함께 '장성호를 왜 보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송창현은 2군에서 묵묵히 컨트롤 키우는데 집중하며 때를 기다렸다. 유창식의 2군행과 함께 1군 기회를 잡았다. 정민철 2군 투수코치가 "제구가 많이 좋아졌다"고 1군에 적극 추천했고, 송진우 1군 투수코치가 선발등판을 밀어붙였다. 
송창현은 "처음부터 긴장은 안 됐다. 1군은 처음이니까 적응한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1회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적응이 되더라. 이후 맞혀 잡는 피칭을 펼쳤다"며 "2군에 있는 동안 컨트롤 연습을 많이 했다. 최대한 공이 안 날리게끔 팔스윙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는 사사구 6개를 허용했지만 타자들의 무릎 근처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제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송창현은 총 75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49개)를 중심으로 커브(13개)-투심(8개)-슬라이더(3개)-체인지업(2개)을 섞어 던졌다. 그의 공을 받은 포수 박노민은 "직구가 구속 이상으로 볼끝이 아주 좋았다. 커브도 잘 떨어졌다. 4회 이후 힘이 떨어졌지만 이전까지는 좋았다"고 말했다. 최고 구속은 142km이지만 낮게 깔리는 직구 힘에 두산 타자들도 밀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부담을 극복했다는 게 더욱 고무적이다. 장성호와 맞트레이드 부담에 대해 송창현은 "솔직히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오늘(18일) 경기로 자신감도 어느 정도는 회복된 것 같다. 어떤 보직이든 시켜주시는 대로 다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단답형의 힘있는 말투에서 그의 단단한 마인드가 나타난다. 이제 송창현은 '장성호 트레이드 상대' 꼬리표를 떼고 한화의 진짜 미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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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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