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없다면? 삼성의 시작된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19 06: 53

오승환(31, 삼성)이 등장한 이후 삼성 팬들은 가장 편하게 9회를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 가지 명제를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바로 “그 오승환이 없다면?”이라는 찜찜한 상상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기록(18일 현재 259세이브)을 가지고 있는 오승환은 올 시즌도 변함없는 ‘돌부처’의 위용을 이어가고 있다. 14경기에 나가 1승10세이브 평균자책점 0.66의 특급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좀 더 세이브 기회가 많았다면 오승환의 기록은 더 나아갈 수도 있었다. 한편 올 시즌에는 전체 세이브의 절반이 넘는 7경기가 1이닝 초과 세이브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말 그대로 팀의 후반을 지배했다.
그런데 이런 오승환이 세이브 상황에서 보이지 않았다. 18일 마산 NC전이었다. 9회 극적인 동점을 만든 삼성은 10회 정형식의 땅볼 때 역전에 성공했다. 정상적이라면 10회말 마운드는 당연히 오승환의 몫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오승환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류중일 삼성 감독과 오승환만이 알겠지만 결과론적으로 오승환의 빈자리는 컸다.

삼성은 오승환을 대신해 올 시즌 홀드 1위(9홀드) 심창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삼성의 차세대 마무리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심창민이었지만 마무리의 중압감은 큰 듯 했다. 상대 중심타선과의 승부에 실패하며 동점을 허용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삼성은 연장 12회에 가서야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삼성 팬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오승환이 있었다고 해서 10회말 상황을 무실점으로 넘기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성범 이호준과의 승부는 누구나 까다롭다. 여기에 삼성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차세대 보물인 심창민에게 마무리 경험을 쌓게 해줌은 물론 끝내 승리까지 거뒀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이날 10회 가장 화두가 된 이름은 오승환이었다. 평소에 ‘공기’처럼 생각했던 오승환의 위압감이 사라진 삼성의 뒷문은 불안요소가 있어 보였다.
큰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오승환은 다시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민이 시작될 수도 있는 한 판이다. 오승환은 올해를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오승환이라 삼성에 남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삼성으로서는 오승환의 장기적인 대체자를 물색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오승환이 없다면. 생각보다 큰 고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18일 마산 NC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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