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문세와 그의 명곡들이 초여름 밤을 감성으로 물들였다. 음악이 주는 감동은 안방극장을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변모시켰고, 자신의 노래를 사랑하는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문세도 울었다. 이문세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1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이문세’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8일 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에서는 이문세 편이 방송된 가운데, 그의 주옥같은 히트곡이 연달아 라이브로 연주됐다.
‘히든싱어’는 모창가수가 원조 가수의 노래를 열창하면 이를 100명의 평가단이 듣고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예능프로그램. 그간 장윤정, 백지영, 김경호, 박정현, 성시경, 김종국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출연한 가운데, 이문세의 등장으로 ‘히든싱어’ 상승가도에도 방점이 찍혔다. 원조 발라드 가수로 후배 뮤지션들의 음악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원조 중에 원조의 기운이 이날 ‘히든싱어’에서 진하게 뿜어져나왔기 때문.

‘광화문연가’, ‘깊은 밤을 날아서’, ‘붉은 노을’, ‘옛사랑’ 등 이날 열창한 이문세의 곡들은 80년대에 발표된 것들이지만 최근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소비되고 있고, 그런 만큼 ‘히든싱어’를 찾은 방청객과 후배 연예인들도 어렵지 않게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문세 키드’의 등장도 그가 대중음악계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게 한 대목. 이날 출연한 모창가수들은 학창시절 이문세의 곡들에 빠져 살았음을 말하는가 하면, 방송인 박경림, 유리상자 이세준, 가수 배기성 등은 이문세가 오랫동안 진행한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의 애청자였음을 고백하며 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마치 KBS 2TV ‘불후의 명곡’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 게 이날 ‘히든싱어’의 인상.
그렇다고 ‘히든싱어’의 장점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목소리는 물론 외모까지 이문세와 흡사한 출연자가 등장해 깜짝 놀랄만한 모창실력을 선보여 연예인 패널들을 경악케 한 것은 물론, 그로 인해 반전 상황이 수차례 연출되며 예능프로그램의 재미 또한 잃지 않았다.
앞서 이문세는 MBC ‘나는 가수다’ 섭외를 거절하고 ‘히든싱어’ 출연을 선택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이날 ‘히든싱어’는 ‘나는 가수다’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열창하지 않더라도 그의 잔잔한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이문세가 대중음악사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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