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A대표팀에 승선한 김남일(36, 인천 유나이티드)이 물오른 기량을 뽐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인천은 19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홈경기서 전반 41분 안재준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인천은 3경기 무승 고리를 끊어내며 잠시 제동이 걸렸던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시즌 3호 도움을 기록한 이천수, 인천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통산 100번째 출전 경기서 결승골을 넣은 안재준, 통산 100번째로 K리그 그라운드를 밟은 설기현까지 주목할만한 인천의 주인공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숨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3년 만에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김남일의 얘기다. 최강희 축구 대표팀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6, 7, 8차전을 앞두고 지난 16일 김남일에게 긴급 호출을 보냈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기성용-구자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 만에 A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누렸다.
최 감독이 부를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줄 이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김남일이 제2의 전성기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인천 돌풍의 원동력이었던 김남일은 올 시즌도 중원을 책임지며 상위권 성적을 이끌었다. 기량으로 보나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팀 공헌도로 보나 공히 K리그 최고 선수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남일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와 중원사령관의 역할을 100% 수행했다. 진공청소기의 진수를 선보였다. 조용했지만 빠르고 노련하게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능구렁이 같다"라는 적장 김학범 감독의 말마따나 강원이 역습을 펼칠 찰나 수 차례 공을 빼앗으며 흐름을 되찾아왔다. 경기 흐름을 정확히 읽는 공수 조율과 칼날 패스, 시의적절한 태클은 덤이었다. 공히 최강희 감독이 소방수로 낙점하고도 남을만한 경기력이었다.
한국은 내달 5일 새벽 2시 반 레바논 원정길에 올라 최종예선 6차전을 치른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할 중차대한 일전이다. '숨은 주인공' 김남일의 발끝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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