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끊어줄 때가 됐어".
포항 스틸러스의 20경기 연속 무패를 막아낸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담담했다. 김 감독은 1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 경남FC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상행선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석가탄신일에서 이어진 휴일의 마지막 날인 탓에 기차표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어렵게 입석표를 끊어 올라온 것.
김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지난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홈팀 포항을 2-1로 눌렀다. 이로써 울산(6승 3무 3패, 승점 21)은 20경기 무패에 도전했던 포항의 야망을 꺾었다. 20경기 무패행진이 끊긴 포항은 승점 23점으로 같은 날 승리를 거둔 제주(승점 22)에 추격을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3위 울산(승점 21) 4위 인천(승점 20)도 바짝 따라잡으면서 한 경기만으로도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포항전 승리의 기쁨을 담담하게 정리했다. "한 번쯤 끊어줄 때가 됐다"는 것. 포항이 독주 체제를 유지하며 승점차를 벌려가게 놔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선두권을 지켜내겠다는 강인한 의지의 산물과도 같은 승리였다. 그 덕분일까, 최근 좀처럼 승리가 없었던 울산은 강적 수원과 포항을 연달아 완파하며 2연승을 달리고 있다.
그런 울산의 다음 상대가 바로 경남이다. 여기에 경남은 이날 성남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루크-스레텐 콤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진한 감독은 루크와 스레텐 모두 이날 선발로 내세웠다. 경남 수비의 핵심이 될 루크-스레텐 콤비의 모습을 눈으로 봐둘 기회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무릎부상을 당한 루크가 긴 재활을 마치고 드디어 팀에 합류, 첫 선발로 나서는 경기인만큼 김 감독이 입석을 각오하고 직접 경기장을 찾을 이유는 충분했다. "다행히 대구에서 천안까지는 빈 자리가 좀 있어 앉아왔다"며 미소를 보인 김 감독이 이날 경기서 어떤 해답을 찾아 돌아갈지, 다음 라운드 울산-경남전의 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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