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피어 주루’ 롯데, 거침없이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19 20: 47

노 피어(No Fear). 전임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를 지배했던 문구가 그라운드 위에서 재현됐다. 롯데가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롯데는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회에만 6점을 뽑아내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11-5로 이기고 2연승을 신고했다. 선발 쉐인 유먼의 6이닝 2실점 호투, 4번 강민호의 3타점 등도 빛났지만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팀 전체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였다. 이날 롯데는 기동력 야구로 SK를 굴복시키며 오래간만에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중요한 득점 상황에서는 모두 발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0-1로 뒤진 6회 역전 과정부터가 그랬다. 롯데는 1사 후 황재균이 좌전안타로 출루했고 후속타자 정훈도 좌전안타를 때렸다. SK 좌익수 한동민이 깊은 수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1루 주자가 3루까지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황재균은 2루를 찍고 3루까지 내달렸고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됐다. 과감함이 돋보였다.

이후 황재균은 손아섭의 투수 앞 땅볼 때 아웃됐지만 시간을 끌며 2사 2,3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황재균은 물론 정훈과 손아섭의 민첩성도 뛰어났다. 롯데는 이 상황에서 강민호가 2타점 중전 안타를 치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강민호는 다음 상황에서 SK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포수 송구 실책 때 3루까지 안착하기도 했다. 강민호가 도루를 기록한 것은 2011년 9월 22일 사직 SK전 이후 606일 만의 일이었다.
전세를 완전히 뒤집은 7회에도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빛났다. 롯데는 2사 후 김문호의 안타, 황재균 정훈의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후 손아섭의 타구는 1루수 조성우에게 잡혔으나 손아섭이 베이스커버에 들어가던 투수 최영필보다 빨리 1루에 도달하며 1점을 추가했다. 최선을 다한 손아섭의 투지도 빛났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다음이었다.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를 돌아 이미 홈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 당황한 최영필이 급히 홈으로 공을 던졌으나 황재균은 홈을 밟은 뒤였다. 내야안타 하나에 2점이 올라갔다.
그 다음 상황에서는 손아섭의 판단력이 빛났다. 4-2로 앞선 2사 1,2루에서 강민호의 우전 안타가 터졌다. 스타트가 빠른 2사 후라 2루 주자 정훈이 홈을 밟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타구였다. 그런데 이어 3루에 도달한 손아섭까지 홈을 파고 들었다. 여기서 우익수 김상현의 송구가 빠지며 롯데는 1점을 더 얻었다. 롯데 주자들의 움직임에 SK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강조했다. 단타 때 2루 주자가 홈까지 뛰는 것을 ‘권장’했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 애꿎은 3루 베이스 코치가 희생양(?)이 되기도 했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외야수의 송구가 홈까지 정확하게 간다는 보장이 없다. 결과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른바 ‘노피어 주루’였다. 이날 손아섭의 6번째 득점 상황이 로이스터 감독의 지론과 맞닿아있다.
롯데는 올 시즌 장타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축 타자들이 꾸준히 빠져 나간 결과다. 대포로 상대를 윽박질렀던 예전의 야구를 펼치기가 어려워졌다. 이날 7회의 6점이 한 이닝 최다 득점이라는 것은 그만큼 롯데의 대포가 올 시즌 시들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발이 장타의 부재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이날 경기는 이를 증명했다. 롯데로서는 이런 질주본능의 부활이 반가울 법한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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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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