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자식일수록 매 한 대 더 때린다고 했던가. 이승렬(24, 성남)을 향한 안익수 감독의 애정은 여전히 엄격했다.
성남 일화는 1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2라운드 경남FC와 경기서 윤영선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4승 3무 5패(승점 15)를 기록한 성남은 포항전-강원전에서 이어진 2연패를 끊고 단숨에 8위로 뛰어오르며 다시 한 번 상승세를 노리게 됐다.
이날 경기 라인업에는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이승렬이다. 박진포와 김한윤이 모두 경고 누적으로 경남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 감독이 이승렬을 선발 카드로 뽑아든 것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안 감독은 이승렬을 선발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경쟁력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과 비교해서 지금 이승렬의 상태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50%"라고 답한 후 "그것도 후하게 준 점수"라고 덧붙인 안 감독다운 대답이었다.
이승렬에 대한 안 감독의 냉정한 평가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승렬은 2010년 FC서울 시절 당시 수석코치던 안 감독의 애제자였다. 2008년 데뷔 첫 해 31경기 출전 5골 1도움으로 신인왕을 거머쥔 이승렬은 2010년 10골 6도움으로 서울의 우승에 일조하며 높이 비상했다.
하지만 감바 오사카에 이적한 후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무대 복귀를 결심한 후 울산 현대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 곳에서도 이승렬은 좀처럼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극심한 슬럼프가 이승렬의 발목을 잡았고 자신감을 잃으며 벤치만 지키고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승렬이 '선생님' 안 감독의 성남행이 결정된 후 자신의 재기 무대로 성남을 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안 감독과 함께 '그 때 그 시절'의 영광을 다시 재연하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싶다는 욕망은 선수로서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남에서도 이승렬은 좀처럼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예전의 모습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경남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전까지 이승렬은 단 3경기, 그것도 교체 출전으로 그라운드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그라운드에서 이승렬이 의욕적으로 맹공을 퍼부은 이유다.
그러나 안 감독의 평가는 엄격했다. 이날 4개의 슈팅 중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시키며 성남의 파상공세를 이끌었지만 안 감독은 이승렬에 대해 "아직은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생각과 행동 모두 평범해졌다. 서울 시절 승렬이의 장점은 당돌함이었는데 그것이 없어졌다. 잠에서 깨우려고 하고 있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던 신중한 평가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모양새다.
"본인이 경기에 많이 못나가면서 변화되고 개선되고 있다. 이번 경기는 본인이 어디까지 변했는지 보여주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인 안 감독은 "2010년 이승렬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좀 더 매진해야한다. 스스로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 가치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분발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제자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 감독의 회초리처럼 엄격한 애정에 힘입어, 이승렬이 다시 한 번 치열한 땀방울과 당돌함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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