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강영식, 우타자에 더 강한 이유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20 10: 30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는 좌투수가 더 유리하다.' 이 말은 야구에 있어서 진리와도 같이 신봉되어 왔다. 좌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릴리스 포인트, 그리고 생소함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생긴 중간투수 보직이 바로 '원포인트 좌완'이다.
이들은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좌타자 한 두명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당연히 우타자보다 좌타자들에 더 강한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좌완 강영식(32)은 좌타자보다 우타자에 강한 유형의 투수다.
2000년 데뷔한 강영식은 프로 생활의 대부분을 불펜투수로 보냈다. 2007년 롯데로 이적한 후에는 불펜 핵심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대개 좌타자 1~2타자를 상대하거나 때로는 1이닝 가량 던지는 불펜 필승조 역할을 맡고 있다. 올 시즌은 18경기에 출전, 2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27일 기록 중이다. 올해 강영식이 50경기 이상 출전하게 되면 7년 연속 기록으로 조웅천(13년 연속 50경기)의 바로 뒤를 잇게 된다.

흥미로운건 강영식이 좌타자 보다는 우타자를 상대로 더 자신 있게 던지는 투수라는 점이다. 올 시즌 강영식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2푼6리, 우타자 상대는 2할8푼6리다. 하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단 7번만 상대하며 안타 2개를 허용했다. 표본이 적어 피안타율이 높게 나온 셈이다. 반면 좌타자는 40명을 상대해 안타 7개를 내줬다.
커리어 통산성적을 보면 확실하게 드러난다. 강영식의 프로통산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3푼5리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4푼6리보다 오히려 낮다. 그렇다고 해서 강영식이 우타자를 상대하는데 특화된 구질을 가진 것도 아니다. 좌투수가 우타자를 상대할 때 유효한 무기는 서클 체인지업, 하지만 강영식의 구 구종은 슬라이더와 커브다.
강영식 본인도 "우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로 이제는 다른 좌타자들이 자신의 공에 적응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긴 시간동안 주로 좌타자들을 상대로 등판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좌타자들이 내 공에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좌완투수의 가장 큰 이점인 '낯섦'을 잃어버린 셈이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타자들은 상대할 투수들의 전력분석 자료를 숙지하게 된다. 좌타자들은 등판이 예상되는 좌투수 불펜요원의 볼배합과 구질을 공부한다. 롯데를 상대하는 팀은 강영식을 연구하기 마련. 강영식은 "나 역시 등판을 대비해 좌타자들을 상대로 볼배합을 미리 짜 놓는다. 그런데 첫 번째 공이 제구가 안 되면 그 뒤에 짜놓은 공들까지 다 헝크러지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좌투수니 좌타자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강영식은 오히려 "우타자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내 공을 던지면 된다. 머리가 복잡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강영식이 좌타자와 우타자를 상대할 때 성적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다만 '좌타자는 좌투수로'라는 기존 고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난 선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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