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없었다면 두산은 어떻게 됐을까.
두산 지명타자 홍성흔(36)이 최고의 FA 선수임을 실력으로 입증하고 있다. 홍성흔은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초 1점차 살얼음 리드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5월에만 3개째 홈런으로 18타점을 쓸어담았다. 넥센 4번타자 박병호와 함께 5월 타점 공동 1위.
시즌 전체 성적을 보더라도 홍성흔은 몸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두산의 38경기중 37경기에 출전한 홍성흔은 타율 3할2푼2리 46안타 4홈런 33타점을 올리고 있다. 타율 전체 11위에 안타는 롯데 손아섭과 공동 1위. 타점도 SK 최정(39점)에 이어 전체 2위에 랭크돼 있다. 팀 내 최고 장타율(0.455)로 리그 11위.

두산은 김동주의 하향세와 윤석민의 시즌 초반 허리 통증 등으로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최준석이 활약하고 있지만 홍성흔의 존재가 없었다면 강력한 중심타선 구축은 어려웠다. 지난해 팀 타율 4위(0.260) 출루율 8위(0.322) 장타율 6위(0.352) 홈런 6위(59개)였던 두산 타선은 올해 팀 타율 1위(0.289) 출루율 1위(0.390) 장타율 2위(0.409) 홈런 3위(25개)에 올라있다. 홍성흔이 4번 타순에 중심을 잡아준 효과다.
홍성흔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으나 원소속팀 롯데와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시장에 나온 홍성흔은 '친정팀' 두산의 부름아래 4년간 총액 31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포지션 중복과 30대 후반을 향해가는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 FA 계약이었다.
하지만 홍성흔은 시즌 초반 잠깐의 슬럼프를 딛고 실력으로 모든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그는 "구단에서 액수를 많이 챙겨주신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농담 아닌 농담으로 웃으면서 "일본 캠프 때 연습량을 정말 많이 가져갔다. 프로 15년 동안 가장 많은 양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우려 섞인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홍성흔의 타격은 지극히 개인보다 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장타에 욕심을 내면 오히려 더 안 나오더라. 밀어치면서 타이밍을 맞춰야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다. 너무 힘에만 의존하면 더 안 되더라"며 안타 부문 1위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안타를 많이 치다 보면 홈런도 나오게 돼 있다. 개인 타이틀이나 기록보다는 팀이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력 만큼 빛나는 게 바로 홍성흔의 리더십이다. 리더십 또한 실력이다. 두산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홍성흔이 돌아온 뒤 벤치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최근 침체로 팀이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파이팅 넘치는 홍성흔이 분위기를 다잡아준다. 그는 "김동주·김선우·임재철 등 고참들이 많이 빠져있다. 지금 고참은 나 하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이 처지지 않고 팀 전체가 뭉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성흔은 이미 지난 2009~2012년 4년간 롯데에서 최고의 FA 이적 모범생으로 활약했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두 번째 FA 계약기간에도 홍성흔의 솔선수범은 여전하다. '주장' 홍성흔의 그라운드 안팎에서 빛나는 활약 속에 두산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최고의 FA 이적생이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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