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눈물' 잊지 않은 한화, 팬들과 의리 지키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5.20 05: 59

한화는 그날의 눈물을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다. 
지난달 16일 대전구장은 한화에 있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이날 NC에 6-4 역전승을 거둔 한화는 프로야구 역대 최다 개막 13연패 악몽을 끊고, 비로소 시즌 첫 승을 올릴 수 있었다. 김응룡 감독과 주장 김태균의 눈가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팬들도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화는 올해도 11승24패1무 승률 3할1푼4리로 8위 그치며 악전고투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성원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올해 한화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7673명. 이는 창단 최다였던 지난해 평균 관중 7758명에서 겨우 1.1% 하락한 수치로 전년 대비 관중증감율 4위에 해당할 정도로 기대이상으로 흥행몰이 중이다. 

백전노장 김응룡 감독은 한화팬들을 일컬어 "부처님"이라고 표현했다. 승패를 떠나 진정으로 야구를 즐기는 모습에 놀라워하고 있다. 김 감독은 "경기를 지고 있어도 대전팬들은 정말 열심히들 응원을 해주더라. 일절 욕도 하지 않고, 응원만 해준다. 이 정도 성적에 부산에서라면 어떻게 됐겠나"며 "대단한 팬들"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의리에 한화 구단도 화끈하게 보답했다.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서 중앙 지정석 및 특별석을 제외한 내외야 전좌석을 선착순으로 무료 입장시킨 것이다. '그날의 눈물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팬 감사 이벤트로 개막 13연패를 탈출한 후 함께 눈물 흘리며 성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에 대한 보답이었다. 
구단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과거 장종훈부터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은퇴식을 가질 때마다 팬들을 무료 입장시킨 바 있지만 그때는 스폰서의 후원받고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단에서 스폰서 없이 순수하게 진행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관중수입만 해도 1억원 안팎이지만 한화 구단은 구단 운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을 과감하게 포기하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날 경기 시구자와 시타자도 13연패 탈출 순간 TV 중계 화면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잡혔던 여성관중들이었다. SNS를 통해 직접 '눈물녀'들의 행방을 찾아 초청했다. 연예인들의 시구가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시대에 순수하게 야구를 좋아하고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영광스런 시구와 시타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진정한 '팬퍼스트'의 실현이었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한화가 정말 좋은 행사를 기획했다. 야구는 팬들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아져야 한다. 한화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 한화를 보면 선수들과 팬들이 하나가 된 모습이다. 비록 팀 성적은 나지 않지만, 마음을 비우고 야구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화는 두산에 아쉽게 역전패했다. 하지만 의리를 지킨 팬들에 아낌없이 화끈하게 보답한 한화 구단의 진정한 팬 서비스는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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