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년차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20)이 강하게 크고 있다. 어느덧 '강심장'으로 훌쩍 자랐다.
임기영은 지난주 프로 데뷔 첫 승과 패전을 차례로 경험했다. 지난 17일 대전 두산전에서 2⅓이닝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며 데뷔 첫 승을 올렸고, 19일 두산전에서는 데뷔 후 최다 3⅓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으나 유일한 실점이 결승점으로 연결돼 아쉽게 패전투수가 됐다.
2경기의 공통점은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긴급 등판했다는 점이다. 17일에는 2회 2사 1·2루, 19일에는 4회 1사 1·2루 상황이었다. 임기영은 2경기 모두 승계주자를 한 명도 실점으로 연결시키지 않으며 완벽한 구원에 성공했다. 특히 19일에는 홍성흔과 윤석민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배짱 두둑한 피칭을 자랑했다.

5월 들어 임기영의 투구는 꽤 눈부시다.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89. 9⅓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로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승계주자 11명 중 1명만 실점으로 연결시켰을 뿐 나머지 10명을 모두 잔루로 남기며 '구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이고 있다. 5월 승계주자 실점률이 고작 9.1% 불과하다. 위기에 강한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물론 임기영이 처음부터 위기에 강한 투수는 아니었다. 4월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도 6.10으로 높았지만 승계주자도 10명 중 7명을 실점으로 연결시키며 실점률이 70%에 달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위기 때마다 임기영을 계속 마운드에 올렸다. 강하게 큰 임기영은 조금씩 성장했다.
임기영은 "올해 만루 상황에서 나온 것만 해도 4번이다 된다"며 웃은 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던졌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니까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나도 모르게 부담감이 생기더라. 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고 시즌 초반을 돌아봤다.
하지만 2군에 한 번 다녀오고, 만루에서 홈런을 맞으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2군에 다녀온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 위기에서 나오는 건 구원투수가 해야 할 일이다. 원래대로 마운드 위에서 생각없이 부담을 갖지 않고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지기로 했다. SK 최정 선배에게 만루 홈런도 맞았지만 많이 배웠다. 이제는 위기라도 부담없이 자신있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기영이 한 단계 성장한 데에는 마인드의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그는 "요즘 포수 (박)노민이 형이 슬라이더를 많이 요구해서 계속 던지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체인지업말고 슬라이더도 생기니까 더욱 다양해졌다"고 만족해했다. 박노민은 "기영이는 투심과 슬라이더가 좋다. 제구가 되는 공들"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볼끝이 살아움직이는 투심성 속구가 타자들에게 까다롭게 여겨지고 있다.
임기영은 "김광수·송창식·안승민 등 투수 선배들과 함께 야수이지만 (이)학준이형이 상대 타자 특징이나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많이 알려준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어떤 목표보다는 끝까지 1군에 남아 어떤 상황에서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강하게 크며 '강심장'이 된 임기영이 한화 불펜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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