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후반기 4번 타자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잇단 포지션 중첩 현상 속 입지가 다시 좁아졌고 설상가상 전지훈련 막판 슬럼프에 이은 부상까지 찾아오며 어둠 속에서 칼을 갈아야 했다. 기다림 끝 뒤늦게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존재가치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두산 베어스 우타 거포 윤석민(28)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윤석민은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서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2회 좌중월 솔로포 포함 6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리며 팀의 15-8 역전승에 공헌했다. 허리 부상으로 인해 개막을 재활군에서 지켜봐야 했던 윤석민은 좀처럼 콜업을 받지 못하다 선배 김동주의 허벅지 부상을 틈 타 19일에야 1군에 올랐다.
지난해 윤석민은 109경기 2할9푼1리 10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로 나서며 8~9월 두 달 간 3할2푼9리 5홈런 22타점을 쓸어담았다. 지난해 두산 타선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이는 김동주도 김현수도 아닌 윤석민이다.

그러나 FA 홍성흔의 이적 복귀에 이은 김동주 재신임으로 시즌 전부터 노선이 정해지며 윤석민은 다시 입지가 줄어들었다. 부담이 컸던 차에 미야자키 전지훈련 막판에는 김동주가 상승세를 탔던 데 반해 윤석민은 쳤다하면 병살타, 수비를 나섰다 하면 실책을 연발하며 아쉬움을 샀다. 지바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는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1회서만 잇단 실책성 수비 두 세 개를 저지르며 아쉬움을 샀다.
결국 시범경기에서조차 윤석민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여기에 2군 연습경기에 나서며 와신상담하던 도중 배팅 연습을 하다가 허리 통증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개막 엔트리로 1군에 부름 받지 못하고 상당 기간 2군에서도 경기에 뛰지 못했던 이유다. 5월 중순 다시 2군 경기 출장을 재개한 윤석민은 다시 감각을 찾으며 김동주의 부상 공백을 틈 타 1군 무대를 밟았다.
마침 자신의 시즌 첫 경기가 대전 한화전이었음은 윤석민의 올해 사실상 첫 행운이었다. 지난해 윤석민은 대전에서 4할4푼(25타수 11안타) 5홈런 1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그리고 상대 선발 김혁민으로부터 좌중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즌 첫 경기부터 자신의 화력을 유감없이 발산한 윤석민이다.
지난 시즌을 치르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던 윤석민은 갑작스레 좁아진 입지로 인해 비시즌부터 시즌 개막 후 한동안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선배의 부상에 다시 기회를 잡으며 지난해 후반기 4번 타자의 위용을 보여줬다. 첫 경기부터 맹타를 터뜨린 윤석민은 다시 잡은 반등의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