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데뷔전이라 하기에는 모자라지만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선발 등판이었다.
12년 만에 국내 마운드를 밟은 LG 류제국이 자신의 첫 번째 1군 등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류제국은 19일 잠실 KIA전에서 5⅓이닝동안 81개의 공을 던지며 4실점했는데 5회말 타선이 5점을 터뜨린 것에 힘입어 선발승을 거뒀다.
이로써 LG는 4연패에서 탈출한 것과 동시에 4월 28일 신정락 이후 21일 만에 선발투수가 승리를 맛봤다. KIA 타자들을 압도했다고 하기는 힘들어도 이래저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던 데뷔전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투구 내용이 괜찮았다. 비록 홈런 두 방으로 4실점했고 탈삼진은 없었지만 구위와 제구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였다. 이날 류제국의 포심패스트볼은 전부 140km이상을 찍었고 최고구속은 147km였다. 올해 2군 등판을 제외하면, 마운드에 선지 4년이 넘은 투수가 첫 경기부터 리그 정상급 구속을 기록했다. 류제국의 역량을 확실하게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경기 후 차명석 투수코치는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투구였다. 안정감 있게 던지더라. 충분히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류제국의 데뷔전을 평가했다. 류제국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 윤요섭도 “2군에서 이미 느꼈던 것처럼 경기를 할 줄 아는 투수다. 특히 투심과 싱커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온다면 꾸준히 7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LG 전력분석팀의 자료에 따르면 류제국은 총 12개의 투심 계열의 구종을 던졌는데 이중 10개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 지난 2월 진주 2군 전지훈련 당시부터 “최대한 땅볼을 유도하는 경제적인 투구를 하겠다”던 다짐을 어느 정도 실천한 것이다. 류제국은 자신의 패스트볼에 대해 “자연스럽게 무빙이 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 있을 당시에는 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 최대한 상대 타자로부터 배트가 나오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요섭 외에 2군에서 류제국과 호흡을 맞춘 포수들도 류제국의 투심 계열 공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했다. 이는 즉, 이닝 대비 투구수가 많은 LG 선발진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안정된 로케이션으로 이를 구사한다면, 빠른 땅볼 유도로 긴 이닝을 소화하기 쉬워진다. 넥센 나이트를 비롯해 주키치, 2011시즌의 두산 히메네스, 2009시즌 로페즈 등 외인투수 선전의 첫 번째 원인은 바로 이 투심 계열의 공이었다.
물론 아직 류제국이 LG의 구세주라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일단 류제국이 앞으로 하나씩 증명해야할 부분이 많다. KIA 홍재호에게 맞은 홈런만 해도 실투 이전에 삼진 욕심이 원인이 됐다. 투구수가 60개 넘어가지 구위도 갑작스럽게 떨어진 듯했다. 자신과 상대를 완전히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류제국 스스로도 데뷔전부터 KIA 김진우와 선발 맞대결을 벌이는 것에 대해 “진우와 진짜 맞대결은 내년쯤이 되지 않을까”라며 한국무대 복귀 첫 해부터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역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토종 선발진에 확실한 지원군이 생겼다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1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인 우규민과 신정락이 이대로 자리 잡고, 신재웅이 지난 시즌 후반기의 활약을 잇는 가운데 류제국까지 더해진다면, LG는 불펜 못지않은 선발진을 구성하게 된다. 류제국이 LG가 막강 마운드를 구성하는 데 있어 마지막 퍼즐조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류제국은 20일 오전 전반적인 몸 상태를 검사한 후 향후 등판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19일 “내일 상태를 보고 다음 선발 등판 날짜를 잡으려 한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는 1군과 동행한다. 당장 대구 삼성전도 함께 움직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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