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박규리, "단 한순간도 연기 잊은 적 없다"[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5.20 07: 27

한류 걸그룹 카라의 리더 박규리(25)가 본업인 가수를 잠시 내려놓고, 연기자로서 대중들을 마주하고 있다. 평소 스스로를 ‘여신’이라 칭하며 차가운 도시여성의 이미지를 풀풀 풍겼던 지난 모습은 벗고, 짧은 커트머리에 선머슴 같은 남장여자로 180도 변신을 감행했다. 박규리가 홍여주 캐릭터로 연기에 도전한 MBC퀸즈 드라마 ‘네일샵 파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흥미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직접 절 지목하셨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절 믿어주는 사람에겐 실망을 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죠. 제겐 놓치기 싫은 기회였죠.”
아이돌의 드라마 투입이 어제 오늘일도 아니고 무슨 대수냐 할 수 있지만, 박규리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다. 가수에 앞서 어린 시절 연기자로 선(先) 데뷔 후, 가수 연습생으로 들어가 지금의 카라가 됐기 때문. 일곱 살 무렵 연기에 첫 입문한 작품은 방송인 강호동과 호흡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오늘은 좋은 날’(MBC) 코너 ‘소나기’다.

“엄밀히 따지면 아역으로 연예계 데뷔를 했거든요. 이후 조금씩 연기를 해오다 사극 ‘여인천하’(2001)를 끝으로 가수 연습생 준비에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연기를 중단했죠. 그렇지만 안양예고를 거쳐 대학진학을 연극영화과로 했던 건 한편으로는 연기를 절대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에요. 단 한순간도 연기에 대한 열망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아역배우 이후 무려 12년 만의 복귀, 첫 성인 연기자로 마주한 ‘네일샵 파리스’는 그래서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박규리가 작품에서 맡은 홍여주는 구미호 관련 판타지소설 전문 인터넷 작가. 어릴 적 구미호를 본 특별한 경험이, 유명 구미호 소설 작가로의 인생으로 이끌었다는 설정이다. 박규리에게 그런 ‘특별한 경험’은 어린 시절 연기 첫 발을 내딛은 ‘소나기’다.
“전문 연기학원을 다녔던 게 아니라 우연찮게 오디션을 통해 뽑힌 케이스였거든요. 그 순간이 지금 제 인생을 형성했다고 생각해요. 우연처럼 시작된 일이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거죠. 어렸을 적 장래희망엔 무조건 연예인(당시는 연기자였지만)을 적게 됐고, 다른 길은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네일샵 파리스’ 속 홍여주(박규리 분)는 표절작가의 오명을 쓰고 이를 벗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알렉스(전지후 분)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를 소재로 신선한 소설을 쓰고자 남장을 한 채 그가 일하는 네일샵에 취직한다. 이같은 배역 덕분에 박규리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촬영장에서 남자로서의 삶(?)을 누렸다.
“남자 배우분들과 단기간에 친해질 수 있었던 건 ‘남장’도 한 몫 했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평소 어깨동무도 하고 스스럼없이 지내다가 오히려 여자인 상태(?)로 촬영장에 나타나면 굉장히 어색하다고 멀리했어요.(웃음).”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터뷰. 한적한 카페에서 신인 연기자처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올해 초 일본 도쿄돔에서 4만 5000명의 환호를 이끌어 냈던 그때 그 한류 그룹 카라 멤버가 맞나 싶은 괴리감이 들었다. ‘그때 도쿄돔 콘서트에서 느꼈던 전율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슬쩍 말을 건네자, 고개를 끄덕이는 격한 공감이 돌아왔다.
“아직도 꿈만 같아요. 도쿄돔 공연은 이제 많은 한국가수들이 공연을 해서 ‘1’은 아니기에 희소성면에서 옅어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카라가 서기 힘든 무대’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았거든요. 근데 우리가 했고, 당시 객석에 있던 기자님이나 팬분들이 그 감동을 함께 공유했어요. 오버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다들 하나가 됐던 그날 기분이 여태껏 감정으로 남아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걸그룹 카라의 리더로서, 그리고 오랜 세월 놓지 않았던 연기에 대한 갈증과 열망을 해소하는 배우로서, 박규리의 향후 행보는 눈여겨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2013년에 와서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첫 목표를 이뤘어요. 물론 이후로도 연기는 놓고 싶지 않아요. 물론 카라로서의 활동 역시도 제 인생에서 결코 뺄 수 없는 즐겁고 감사한 일이에요. 지금 제 바람과 목표는 앞으로 가수로서, 연기자로서, 다음에 또 보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모두가 쭉 계속 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박현민 기자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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