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하이브리드 앵글] '그라운드의 피카소' 인천, 아름답고도 치열한 그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5.20 13: 29

피카소가 따로 없다. 그라운드에서 한 몸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지난 19일 인천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경기가 꼭 그랬다. 전반 41분 안재준의 헤딩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한 경기였지만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일궈낸 귀중한 승리였다. '캡틴' 김남일은 3년 만에 A대표팀에 발탁된 뒤 가진 첫 경기였으며, 설기현은 K리그 통산 100번째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안재준도 인천 유니폼을 입은 뒤 K리그 통산 100번째 경기였다.
강원과 경기서 과정부터 결과까지 완벽한 그림을 그렸다. 김남일은 A대표팀에 재발탁된 이유를 증명했다. 안재준은 100번째 경기를 기념하는 자축 결승골을 터트렸다. 인천에서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는 이천수는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시즌 3호 도움을 올렸다. 설기현도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1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천수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서 "기현이 형은 오늘 100경기 출전이었고, 남일이 형은 A대표팀 발탁 이후 첫 경기여서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경기였다"면서 "후배들과 경기에 나오기 전에 '(형들에게) 승리를 선물하자'고 의기투합했다"라고 승인을 밝혔다.
'인천'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 하나로 똘똘 뭉쳤다. 프로축구단도 하나의 조직이다. 시대는 변했다. 상하 수직적인 구조보다 수평적인 구조를 가진 조직이 떠오르고 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이 매사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감독이 진정으로 선수들과 교감하고,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누빈다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중간에 조력자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금 인천의 모습이 그렇다.

인천 돌풍의 주역 이천수는 "김봉길 감독님과 첫 미팅을 했을 때 우리 팀이 '잘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은 모든 선수들을 배려하신다. 또 선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 주시는 덕분에 우리도 감독님께 보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 것이 바로 운동장에서 경기력으로 나타난다. 감독님의 리더십에 존경을 표하고 있다"면서 "남일, 기현이 형과 인천이라는 한 팀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편했다.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선배들이 있어서 좋았다. 대화도 잘 통한다"라고 잘 나가는 비결을 설명했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공을 돌린다. "김남일 설기현 이천수 모두 자신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한다. 이날도 경기력이 좋았을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솔선수범해 마지막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김 감독은 "좋은 성적의 비결은 끈끈한 팀웍이다. 선후배와 상관없이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라고 상승세의 원동력을 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화'라는 연필로 스케치를 했다면 '치열한 경쟁'이라는 물감으로 칠을 하고 있다. 인천에는 팀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경쟁'이 살아 숨쉰다. 김 감독은 "김재웅 이효균 김태윤 등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어떤 선수든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석현 구본상 한교원 문상윤 등의 경기력도 올라오고 있어 주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후반기에도 계속해서 경쟁을 부추기겠다"며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조화', '수평적인 리더십', '경쟁' 이 세박자가 한 데 어우러진 인천이 앞날을 밝히고 있다. 
doly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