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의 생명력도 방송계 안팎의 관심사다. '국민 예능'이 되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된 '아빠 어디가'는 14.5%(전국기준)의 시청률을 찍었다. 동시간대 경쟁자들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한 기록이다. 제작진도 이 같은 뜨거운 반응까지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
지난 1월 첫 방송된 '아빠 어디가'는 주말 황금대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던 '아이들'을 메인으로 한 파격과 도전을 선보였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갔다. 아이들이 CF에 나오면 통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능에서도 통했다. 아이들의 꾸밈없이 순수하고 예측불가능한 귀여운 말과 행동은 중장년층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젊은 여성들에게도 '나도 저런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한 마디로 '사랑스러운 예능'이 등장한 셈이다.

승승장구 해온 '아빠 어디가'는 여기에 '형제 특집'이라는 성공적인 게스트 활용까지 더해 시청률에 탄력을 받았다. 19일 방송에서는 첫 번째 여정지였던 강원도 춘천의 오지마을 품걸리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형제들이 출연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 시청자 참여 특집으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일반인 게스트'의 효과가 빛을 발한 것. 김성주의 아들 민율 군은 벌써부터 고정으로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쇄도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어느 인기 프로그램이든 전성기 주기가 있기 마련인데, 이제 '일밤'에 그 시기가 온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이 황금기를 잘 활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지금 달렸다. '형제 특집'이 이 프로그램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예다.
아이들과 다섯 초보 아빠들의 리얼 성장기를 그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제 아이들과 아빠들은 처음보다 많이 친해지고 가까워졌다. 아빠들과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찌르르한 감동을 선사, 힐링 예능의 면모를 보였다. 제작발표회에서 아빠들은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 이번 기회로 아이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목표는 이미 성공했다. 안정권에 접어든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프로그램이 더 보여줄 것은 무언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친해진 아빠와 아이들은 매번 새로운 매력을 뽐내지만, 아이들인만큼 프로그램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적어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먹방'에 의존하기도 하며, 다소 느린 호흡 속에 동일한 포맷으로 여행이 유지되고 있어 '지루하다'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이들의 날 것의 매력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는 것이 프로그램의 재미인데, 아이들이 점점 방송에 적응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 톡톡 튀는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성인 예능인들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은 어떻게 하면 방송을 살릴 지 아는 방송 노하우와 캐릭터 설정 능력 때문인데, 이것을 아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다. 매너리즘을 극복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이미지 소비도 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것은 포맷보다도 '일반인 멤버'인 아이들의 활약이 큰 이유인데, 방송에 노출이 잦아질 수록 그 '희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각종 CF, 홍보무대 등에 등장하고 있고 수많은 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7개월 정도 되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 초기부터 암암리에 아이들 오디션을 보고 있는데, 그것은 교체 개념이 아니라 후보군을 만드는 개념"이라고 귀띔했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