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화려한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쳐 화제가 됐던 ‘엑스터시’의 작가 니나가 코믹 터치의 신작 소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달 20일 출간 된 ‘북에서 온 미녀삼총사’가 그것이다. 이 책은 출간 첫 주에 국내소설 13위를 차지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진지함과 코믹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북에서’로 시작되는 대부분의 책들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묵직함을 담고 있다면 ‘미녀 삼총사’는 이념이 주는 압박감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출판사에서 소개한 서평에는 이 책의 줄거리를 제대로 요약한다. ‘잘못된 지령이 인연을 만들고 음모가 사랑을 꽃피게 한다’라고 되어 있다. 분명 북에서 막중한 임무를 띠고 남파됐지만 그 수행 과정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감을 알 수 있다. 남파 간첩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다룬 장진 감독의 ‘간첩 리철진’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북에서 온 미녀 삼총사’에는 세 주인공으로 리려진, 김정란, 리수아가 등장한다. 모두 최정예 특수공작원들로 일본 중국 및 한국에서 활약을 하다 새로운 지령을 받아 서울로 모이게 된다.
그녀들에게 떨어진 지령은 한국을 움직이는 일곱 명의 저명인사를 제거하라는 ‘7인 모시기’ 작전이다. 그러나 e메일로 전해질 이 지령은 한국의 한 컴퓨터 천재 ‘봉진규’의 장난기 넘친 해킹에 의해 7인의 리스트가 엉뚱하게 바뀐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제거 대상이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마주치기만 하면 ‘삥’을 뜯는 옆집 형 황진섭’ ‘일주일 연체했다고 연체료 받았으면 됐지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퍼부어 대던 DVD 가게 아줌마 이영자’ ‘짝사랑하는 여자가 짝사랑하는 대학생 모지리’ ‘자기만 보면 난리를 치며 짖어대는 옆집 강아지 리치’ ‘지금 제일 잘 나가는 너무나도 잘생긴 배우 오진석’ ‘TV 뉴스에서 본 악덕 사채업자 이영찬’ ‘대한민국 대표 조직폭력배 양철파 두목 이양철’ 등으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지령에 죽고 사는 킬러들이다 보니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행동을 개시한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이 과정에서 세 미녀 요원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특수임무를 띤 이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코믹한 상황이라면? 더 없는 요건이다.
제목만 봐도 코믹한 간첩영화가 먼저 떠오른 이유가 따로 있었다. 저자인 니가가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써내려 간 작품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구성과 문체는 물론이고 편집디자인까지 영화 대본처럼 만들었다.
1999년 ‘마이스토리’라는 앨범으로 데뷔한 가수의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한 니나는 “1편은 전반적으로 가벼운 터치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3개월 뒤에 나올 2편은 매우 진지하게 변한다. 어떤 이념이나 목적도 진실 된 사랑 앞에서 얼마든지 약해 질 수 있다는 인간 본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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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미녀삼총사’로 팬사인회를 하고 있는 작가 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