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로서는 쉴 시간이 더 생기니 좋을 수도 있겠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생각한다면 반대 입장이다. 어느 팀이나 대결 구도에서 배제되어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가”.
외국인 선수를 보다보면 자신이 속한 리그나 팀 동료를 생각하기보다 이기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는 선수도 가끔씩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아도 이 경우에는 국내 선수들이 동료로서 애정을 더 쏟기 힘들다. 반면 더스틴 니퍼트(32, 두산 베어스)는 자신이 속한 리그의 홀수 구단 운용 체제에도 안타까움을 비추며 한국 선수 못지 않은 공동체 의식을 보여줬다.
2011시즌부터 한국에서 활약 중인 니퍼트는 올 시즌 7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1.58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국 첫 해 파워피처 선발의 모습을 보여주고 지난해 기교파적인 면모를 발산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두 가지 특징을 적절하게 조화하며 최고 에이스의 위용을 비추고 있다. 이닝이터이자 연패 스토퍼로 활약 중인 니퍼트다.

니퍼트의 경우는 경기력 뿐만 아니라 성품 면에서도 팀원들의 환심을 사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시즌에는 동료인 스캇 프록터와 함께 “우리도 두산의 팀원이니 선수단 규율을 지키고 이를 지키지 못할 시에는 함께 벌금을 내겠다”라며 선수단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으로 야구 내외적으로 흠 잡을 곳이 별로 없다.
시즌 개막 전 니퍼트에게 올 시즌 9개 구단 체제로 운용되는 데 대한 느낌을 물어보았다. 선발 투수로 나서는 만큼 좀 더 휴식기가 주어질 수도 있고 원투펀치 일원인 만큼 니퍼트의 등판 주기가 크게 흔들리는 경우도 없을 것이라던 예상도가 나오던 때다. 투수인 만큼 홀수 구단 체제를 통한 더 많은 휴식기가 주어지는 것이 개인적으로 보면 반가울 법도 했겠으나 니퍼트는 달랐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9개 팀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잘못된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하루에 4경기 씩 8팀이 대결하고 한 팀은 손을 놓고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만 봐야 한다. 결국에는 리그의 전체적인 경기력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9개 구단이 모두 4분의 1 이상의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상위권 팀이 휴식기를 가질 경우 ‘승률 보존의 법칙’에 따라 순위가 상승하고 승차가 커지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최근 삼성이 신생팀 NC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넥센을 반 경기 차 2위로 몰아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손 놓고 있던 선두팀이 추격자의 상승세를 그저 바라보며 순위를 내주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휴식기를 맞은 팀의 팬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 있다.
“만약 지난해 올스타전 보이콧을 놓고 강경하게 대처하며 보다 빠른 10구단 체제 확립을 향해 움직였다면 어땠을까. 물론 9개 구단 체제를 치러보고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과 팬들에게 연속성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안타까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홀수 구단 체제 운용은 선수들에게 큰 장점이 되지 못하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본다. 조속한 짝수 구단 체제 운용을 통해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친밀한 프로야구가 되었으면 한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