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들의 기량은 뛰어나다. 하지만 도전정신은 아쉽다.”
제3회 동아시아농구선수권(EABA)이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대회서 5위 안에 입상하는 국가는 오는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진출권을 획득하게 된다. 20일 대만과 몽골이 마지막 5위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대만이 94-86으로 승리해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대만팀 벤치에 백인 코치 한 명이 보였다.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고 있는 케년 와그너(59)였다. 그는 자신보다 19살이나 적은 쉬찐쩌(40) 감독에게 선진농구를 전수하고 있었다. 대만선수들은 그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했다.

와그너 코치는 22년 째 브리검영대(BYU) 하와이캠퍼스 남자농구부 감독을 맡고 있다. 일본의 농구영웅 타부세 유타가 졸업했던 대학이다. 지난해 중앙대출신 이대성(23)이 입학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코치가 바라보는 한국농구는 어느 정도 수준인 것일까.
와그너 코치는 “아무래도 동서양의 중심 하와이에 있다 보니 아시아농구에 관심이 많다. 1992년부터 연세대와 교류하며 한국과도 인연을 쌓았다. 대만에 농구클리닉을 갔다가 대표팀을 잠깐 봐달라는 요청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연세대 코치시절부터 유재학(50, 모비스) 감독을 잘 알고 있다. 선수시절 좋은 가드였다고 들었다. 요즘도 농구에 대해 활발하게 교류하는 좋은 친구”라고 인연을 소개했다. 유 감독이 한국성인대표팀 감독이 되었다고 전하자 축하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국대표팀의 실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선수들이 아시아에서는 최고급의 기술을 갖고 있다. 특히 14번(이종현)과 15번(김종규)은 미국 대학에 가서도 잘할 실력이다. 한국에만 머무르고 미국 무대로 도전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아무래도 언어문제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대를 중퇴하고 지난해 미국무대에 도전했던 이대성은 와그너 코치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와그너는 “이대성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이대성은 미국선수들 사이에서도 드리블과 탄력이 좋았다. 발목부상으로 시즌을 접어 안타까웠다”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선수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푸른 눈의 코치는 “아무래도 한국은 체격문제 때문에 세계수준에서 경쟁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도 계속 도전해야 길이 열린다”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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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년 와그너 대만대표팀 코치(현 BYU하와이 남자농구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