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경, “영화 출연 기준? 난 실화가 1순위다”[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5.20 17: 04

배우 김상경은 자신이 주연한 영화 ‘몽타주’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영화에 출연하고 홍보하는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그는 유난히 이 영화에 대해 자신감과 만족감을 드러내며 설렘에 들뜬 미소를 지어보였다. 영화가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 보다 더 만족스럽게 나왔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 4-5배 잘 나왔다”며 확신을 담아 말할 정도.
“영화의 시나리오보다 4-5배는 훨씬 잘 찍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언론배급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정말 영화다워 보였어요. 잘 만들어진 영화의 느낌이랄까요. 감독의 연출이 보이고, 배우의 연기도 좋고, 그런 것에서 나오는 영화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것 때문에 시사회 때 영화를 보면서는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이게 영화지, 맞아 이게 영화지. 너무 기뻤어요”
영화 ‘몽타주’는 일명 ‘서진이 유괴사건’이 벌어진 후 15년이 지난 시점, 똑같은 수법의 사건이 되풀이 되는 것을 발견한 담당형사 청호(김상경 분)와 범인 찾기에 나선 서진 엄마 하경(엄정화 분),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 한철(송영창 분)이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간첩 리철진’, ‘공포택시’, ‘달마야 놀자’ 등의 영화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정근섭 감독이 메카폰을 잡았다. 신인 감독의 입봉작인 셈.

“(처음엔) 신인 감독님이 이 어려운 걸 찍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죠. 경험 있는 감독님이면 찍을 수 있지만, 경험이 없는 감독님에게 이 영화는 꽤 어려운 구조고 복선도 많기 때문에 난이도가 있을 거란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영화 중반까지 찍었는데 너무 잘 찍는 거예요. 이 사람이 신인 같지가 않았어요. (생략) 같이 술을 먹을 때 감독님께 얘기하길 ‘감독님의 다음 영화가 더 기대됩니다. 더 중요한 영화 찍을 것 같아요’라고 했죠”
김상경이 꼽은 정근섭 감독의 장점은 빠른 판단력이다. 순간순간 바뀌는 현장에서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뿐 아니라 정해 놓은 콘티를 순간순간 바꾸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놓는다는 것. 첫 작품인데도 오미트(omit, 영화를 찍을 때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 내거나 생략하는 작업)를 너무 잘 해 ‘집에서 연출 연습하고 오냐’고 물을 정도였단다. 그 때문인지 봉준호, 홍상수 등 천재 소리를 듣는 감독들과 일을 해온 김상경의 눈에도 정 감독은 특별해 보였다.
 
“그분들은 (봉준호, 홍상수 감독) 제가 특히나 사랑하는 감독님들이고, 지금도 유대관계가 좋은 분들이에요. 일단 봉준호 감독님과 정근섭 감독님의 특징을 ‘살인의 추억’에서의 경험을 살려 비교한다면, 이분들은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데, 그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좋아요. 또 현장에서 분위기가 너무 좋고. 외유내강의 스타일인거죠. 겉으로 순하고, 큰 소리 안 내는데 속으로는 자기 걸 다 챙기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솜씨가 있어요. 반면 홍상수 감독님은 시나리오가 없다는 게 다른 점이죠. 그분은 아침에 일어나 쓰는 스타일이니까.(웃음) 세 분 모두의 특징은 영화를 기가 막히게 찍는 다는 것, 세 명 다 아주 치밀하게 계산돼 있어요. 모든 걸 머릿속에 넣고 있는 거죠”
그러고 보면 ‘몽타주’는 ‘살인의 추억’과 여러모로 겹치는 게 많은 영화다. 과거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도 그렇고, 증거물을 남기지 않는 범인의 치열한 수법도 그렇다. 때문에 언론시사회에서도 누차 이야기했듯 김상경에게 ‘몽타주’는 ‘살인의 추억’이 줬던 갈증을 해소시킨 그런 영화였다.
“영화적으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10년 만에 형사 역할을 하는 거예요. ‘살인의 추억’ 때 끝이 범인을 못 잡았잖아요? 그러니 화장실 갔다가 안 닦고 나온 그런 미식거리는 기분이 있었는데 10년 만에 이 영화를 하면서 막혀있던 체증이 다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현장 역시 좋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내용적으로는 무거운 영화지만, 현장만큼은 즐거웠다고. 김상경은 그 뿐 아니라 함께 고생했던 스태프들 역시 영화 자체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의 VIP 시사회가 끝나고 가졌던 뒤풀이에서의 일화를 들려줬다.
“같이 한 스태프들은 촬영이 끝나고 갖는 쫑파티 때는 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번엔 VIP 시사회가 끝나고 가졌던 시간에, 영화가 끝난 지 5개월이 넘었는데, 스태프들이 사진을 찍자고 왔어요. 그러고는 안기더니, 우는 거야. ‘감사합니다’ 라면서. 스태프들도 영화에 너무 만족을 한 거죠”
그는 영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공소시효에 대해 다루는 영화를 만들며 개인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그의 입장이다.
“공소시효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실종 어린이가 한 해에 만 천명이라네요. 백 명이 없어져도 엄청난 일인데…난 네 살 짜리 아이의 아버지라 그것만으로도 경악할만한데 만 천명이면 얼마나 많아요. (창 밖의 도로를 가리키며)여기에 사람을 쫙 깔아도 다 채우기 힘든 숫자가 만 명 아닌가요. 그 만 천명 아이들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요. 영화는 사회적으로 순 영향을 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처럼 우리 영화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줬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하며 그는 파출소에 아이들의 사진과 지문을 찍고 기록하는 ‘미아방지 사전등록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를 봤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그는 부인과 의논해 자신의 아이도 파출소에 사전등록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지만, 감독의 입봉작에다 이미 비슷한 류의 스릴러 영화들이 있어 첫 선택은 쉽지 않았을 터. 게다가 김상경은 시나리오를 까다롭게 고르기로 알려져 있다. 어떤 계기나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저에게는 실화가 1순위에요. 제가 출연했던 영화를 봐도 ‘화려한 휴가’나 ‘살인의 추억’처럼 어떤 실화 소재를 픽션으로 엮은 것들이 많아요. 전 실화나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현실에 입각한 그게 배우로서는 어떤 느낌이냐면…저의 쓰임새를 제가 판단하게엔 제가 평범하게 생겼어요. 빼어난 외모를 가진 건 아니니까요. 일반인을 가깝게 표현 하는 게 제 재주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현실에 입각한 영화를 위주로 찍고요. 피 튀기고 그런 것도 안 좋아하고. 휴머니즘적인 주제가 담긴 걸 좋아해요. 경천애인이 제 기본사상이라니까요(웃음)”
정근섭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김상경 씨의 진정성을 좋아한다. 오청호 형사의 집념이나 슬픔을 잘 표현해줄 것 같았다”라고 말하며 그의 진정성에 대해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감독의 말과 본인의 설명처럼, 김상경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려낼 줄 아는 배우다. 이 배우가 자신있게 권하는 영화 '몽타주', 한 번 볼만하지 않을까.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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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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