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시 한 번 만리장성 정복에 나선다.
한국대표팀 최부영 감독이 중국전 필승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 20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제3회 동아시아농구선수권(EABA) 준결승에서 홍콩을 105-62로 완파했다. 한국의 결승상대는 일본을 83-68로 꺾고 올라온 영원한 맞수 중국이다.
그간 한국농구는 번번이 중국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한국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결승에서 총 8차례 중국을 만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가장 최근의 결승전 승리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었다. 당시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중국을 102-100으로 눌렀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결승에서 다시 중국에 71-77로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이번 중국대표팀은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다. NBA출신 스타인 왕즈즈와 야오밍은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이젠롄(29, 광동), 주팡유, 쑨유 등 주전급들은 명단에서 빠졌다. 현재 중국대표팀은 사실상 2진이다.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1988년생인 창린(25, 207cm)이다. 12명의 선수 중 7명이 21살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다.
신장은 역시 ‘만리장성’답다. 주전가드로 나서는 궈 아이준과 쪼 라이룽은 팀내에서 가장 신장이 작은데도 192cm다. 한국 최장신 가드 박찬희(191cm)보다 크다. 중국의 평균신장은 201.8cm로 한국(195cm)에 비해 월등히 크다. 한국은 박찬희-이정현-윤호영-이종현-김종규로 최장신 라인업을 가동해도 평균 198.4cm다.
최부영 감독은 “중국은 김종규(207cm)만한 선수가 가드를 본다. 왕저린(214cm)과 리 무하오(219cm)가 동시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면으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다”며 정공법은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무적은 아니다. 워낙 키들이 크다보니 빠른 공수전환에는 상당한 애를 먹는다. 또 로테이션 수비가 느려 외곽슛을 많이 얻어맞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4쿼터 중반까지 일본가드진에 밀리며 60-54로 고전했다. 중국의 어린 선수들은 승부처를 헤쳐 나갈 경험이 부족하다.

한국의 돌격대장은 박찬희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선 강력한 전방압박수비가 필수다. 박찬희는 “앞선에서 가드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많이 움직이고 빠른 농구를 해야 한다. 가드를 보고 있는 내 역할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본전 경기에 실망한 중국의 판빙 감독은 선수들을 혼내느라 20분 이상 공식인터뷰를 지체했다. 그는 한국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경기에 들어가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선수들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한국과 비교할 때 경험이 적다. 중국이 신장은 크지만 스피드가 떨어져 수비는 뒤쳐진다”고 경계심을 보였다.
중국의 왕저린(위)과 한국의 박찬희(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