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제조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임성한 작가의 신작 ‘오로라 공주’가 베일을 벗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자극적인 전개와 기상천외한 인물들로 인해 첫 방송부터 막장의 기운을 풍겼다. 하지만 제 아무리 욕을 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임 작가의 능력은 탁월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지난 20일 첫 방송을 마쳤다. 이 드라마는 대기업 일가 고명딸 오로라(전소민 분)가 누나 셋과 함께 사는 완벽하치만 까칠한 소설가 황마마(오창석 분)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기획의도만 보면 밝고 유쾌한 가족드라마를 예상하겠지만 실체는 임 작가다운 막장 드라마였다. 임 작가는 그동안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아현동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을 통해 불륜과 출생의 비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인물들을 배치해 막장 드라마의 신기원을 열었다. ‘오로라 공주’도 마찬가지였다.

첫 방송부터 불륜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로라의 둘째 오빠 오금성(손창민 분)이 포문을 열더니만, 금성의 이혼을 응원하는 오왕성(박영규 분)과 오수성(오대규 분)의 독특한 형제애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혼 통보를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다가 하는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이어졌다. 이는 그동안 임 작가의 작품에서 숱하게 나왔던 문제적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인물소개가 끝나지 않은 첫 방송이었지만 자극적인 전개와 심상치 않은 인물관계는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임 작가 전매특허인 높은 몰입도는 여전했다. 임 작가가 매 작품마다 그리는 상류층을 배경으로 똑똑한 여주인공과 독특한 주변인물들,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남성은 ‘오로라 공주’를 지배하는 이야기 구조였다. 그래서 뻔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드라마를 보는 집중도는 높았다.
똑부러지는 로라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이 쏘아붙이는 이야기들은 톡톡 튀었고, 40분이라는 방송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로운 전개로 시선을 끌었다. 그동안의 막장 드라마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했다.
그만큼 임 작가가 만드는 ‘막장 월드’의 인물들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겨 현혹시키는 힘이 있다. 이상해도 묘하게 보게 만드는 마력, 임 작가가 ‘신기생뎐’ 이후 2년 만에 복귀한 이 작품은 첫 방송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임 작가의 신작 ‘오로라 공주’도 기존 작품과 마찬가지로 욕하면서 계속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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