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의 호세 기록 도전, 과연 반길만한 일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5.21 06: 12

한화 4번타자 김태균(31)이 두 가지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펠릭스 호세의 기록이다. 
지난 2001년 롯데에서 뛴 호세는 역대 한 시즌 최다 볼넷 기록을 세웠다. 그해 호세는 117경기에서 무려 127개의 볼넷을 얻었다. 안타(123개)보다 많은 볼넷으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출루율 5할3리로 한국프로야구 역대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또 하나의 기록은 연속 출루. 호세는 2001년 6월17일 마산 현대전을 시작으로 2002~2005년 4년간 공백기를 가진 뒤 돌아온 2006년 4월8일 대구 삼성전까지 무려 63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벌였다. 국내 선수로는 현대 박종호가 2000년 5월3일부터 7월13일까지 59경기 연속 출루가 최다 기록. 

김태균은 올해 36경기에서 무려 34개 볼넷을 얻었다. 안타(35개)보다 불과 하나 모자란 수치. 출루율은 무려 4할7푼7리로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장타율(0.460)보다 더 높은 출루율로 2001년 롯데 호세(0.503) 1982년 MBC 백인천(0.502) 2003년 현대 심정수(0.478)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27일 문학 SK전부터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까지 43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호세는 물론 박종호(59경기)-이종범(58경기) 기록에도 모자라지만, 꾸준하게 출루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올해 개막 후 36경기 모두 출루에 성공해 빠짐없이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 
그러나 김태균의 기록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편함도 없지 않다. 지나칠 정도로 집중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팀에서 김태균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승부를 하다 피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을 던진다. 김태균의 볼넷 34개 중 고의4구는 2개이지만 스트레이트 볼넷은 11개. 지난달 28일 문학 SK전에서는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이 6볼넷을 기록하는 등 4볼넷과 3볼넷 경기도 한 차례씩 더 치렀다. 
모 야구해설가는 이를 두고 "프로야구답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수는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투수와 타자 모두 성장할 수 있다. 투수가 타자를 잡으러 들어가야 타자도 제대로 된 타격을 할 수 있다. 투수도 김태균 같은 타자와 정면승부해서 이기면 '내가 김태균을 잡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이렇게 투수들이 무작정 피해간다면 홈런 같은 큰 기록이 나올 수 있겠나"고 꼬집었다. 2001년의 호세는 홈런 36개를 쳤지만 집중견제 속에 더 큰 기록에는 도전할 수 없었다. 2001년 프로야구는 총 관중 299만1064명으로 흥행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누구보다 답답한 사람은 김태균 그 자신이다. 그는 "지금껏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견제를 받는 건 처음"이라며 "하지만 결국 내가 이겨내야 한다. 아무리 견제를 하더라도 칠 수 있는 공이 가끔 오는데 내가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있다. 원샷원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세의 두 가지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지만 김태균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팬들이 김태균의 호쾌한 타격을 보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그가 볼넷을 얻은 후 보호대를 풀고 1루로 걸어가는 모습은 충분히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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