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언, 이용규 뺨치는 커트 신공 '절박함의 표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5.21 10: 40

프로야구에서 '커트'를 대표하는 타자는 두 말 할 것 없이 KIA 이용규다. 이른바 '용규놀이'라는 수식어처럼 상대 투수들에게 이용규의 커트는 괴롭힘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올해 이용규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가 있다. 바로 한화 외야수 김경언(31)이 그 주인공이다. 
김경언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경언은 올해 29경기에서 103타수 34안타 타율 3할3푼 1홈런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주말 규정타석에 진입한 김경언은 팀 내 1위이자 리그 전체 9위의 고타율을 자랑 중이다. 볼넷도 10개를 골라내 출루율 3할8푼6리. 팀 내 2위이자 리그 전체 20위다. 
하지만 김경언의 진가는 이처럼 보여지는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타석에서 끈질김이 리그 최정상급 수준이다. 그는 올해 타석당 투구수가 무려 4.4개로 이 부문 1위 올라있다. 지난 2년간 타석 당 투구수 4개를 넘긴 이용규는 올해 3.9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용규보다 더 많은 공 골라내는 타자가 바로 김경언이다.  

풀카운트 승부만 무려 19번. 이용규가 26번으로 더 많지만 전체 타석에서 풀카운트 비율은 김경언이 16.7%로14.9%의 이용규를 능가한다. 결정적으로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이 48개에 달한다. 50개의 이용규가 누적 숫자는 더 많지만, 타석당 평균으로 나누면 김경언(0.42개)이 이용규(0.29개)를 압도한다. 특히 19일 대전 두산전에서 10연속 파울 커트 후 2타점 적시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경언은 "성적이 안 떨어지려고 발악하고 있는 중이다. 안 죽으려고 하다 보니 커트도 더 많이 하게 되고, 성적도 좋게 나고 있는 것 같다"며 "매년 잘 하다가도 어느 순간 훅갔다. 올해는 어떻게든 지금 성적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 이제는 쉽게 물러설 수 없다. 야구가 너무 절실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이제 나 혼자의 몸이 아니다. 아내도 있고, 아이도 생겼다.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절실함이 지금 성적의 80%를 차지한다"며 "예전에는 이런 절실함이 없었다. 데뷔초 KIA에서는 경기에 많이 나갔지만 소중한지 모르고 놀았다. 그냥 경기에 나가는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나이를 먹으니 절실함이 생기더라"고 털어놓았다. 
기술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한화 김종모 타격코치는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다. 히팅 타이밍이 뒤에 있어 늦었는데 앞으로 당겨놓으면서 타구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며 "그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특이한 폼인데 굳이 고치려고 하는것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서 감각과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격 이론의 정석에 벗어나는 '상하체 분리' 타법이지만 천부적인 감각으로 극복하고 있다. 
이용규 뺨치는 커트 신공으로 절실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경언. 예상치 못한 그의 성장에 한화도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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