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강한 공격력을 가진 팀이라도 탄탄한 투수진이 갖춰지지 않으면 오랫동안 타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지 않는 이상 우승을 노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격은 아무리 잘 되어도 40%의 성공률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한 투수진을 전제로 한 강력한 공격력이 나올 때 장기 레이스에서도 오랫동안 상위권을 지킬 수 있다. 두산 베어스의 넥센 히어로즈 안방 3연전은 과연 두산이 강호인가, 도깨비팀인가를 판별하게 해 줄 제대로 된 전장이다.
두산은 21~23일 잠실에서 넥센과 3연전을 갖는다. 지난 4월 24~25일 두산은 넥센과의 목동 두 경기서 1승1패로 승패 균형만 맞춘 바 있다. 두산은 시즌 전적 21승1무16패로 3위이며 넥센은 23승11패로 삼성에 반 게임 차 뒤진 2위다. 타선을 따지면 두산과 넥센은 백중세다.

팀 타율(2할8푼9리)-득점(218점)-도루(59개)-출루율(3할9푼)-OPS(장타율+출루율, 7할9푼9리) 1위를 달리는 두산 타선이다. 반면 넥센은 홈런(34홈런, 1위)-득점권 타율(3할2리)에서 두산에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9개 구단 중 최소 실책(16실책)팀이다. 염경엽 감독이 초보 감독임에도 야수진을 잘 아우르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수진의 차이까지 따지면 시즌 개막 후 현재까지의 전력을 봤을 때 넥센이 두산보다 강력한 경기력을 펼쳤음을 알 수 있다. 한때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던 두산은 선발-계투진의 잇단 붕괴 파동으로 인해 팀 평균자책점 4.59로 7위에 그치고 있다. 선발진에서 개릿 올슨의 부상 공백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임시변통으로 메우다보니 계투진에서도 부하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더스틴 니퍼트를 제외한 선발 요원들이 제 몫을 못해주고 있다. 오현택-유희관이 없었더라면 더욱 처참했을 성적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부터 검증되어 믿고 맡길 수 있는 마무리의 존재 유무. 넥센의 팀 세이브는 18개로 두산의 팀 8세이브보다 훨씬 더 많다. 반면 블론세이브는 세 차례에 불과하다. 두산은 8세이브를 올리면서 무려 7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 롯데(9블론세이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못미’ 경기를 연출했다. 넥센은 최근 몇 년 간 뒷문지기로 활약한 손승락(16세이브)을 보유했다.
반면 두산은 홍상삼이 자기 페이스를 찾지 못해 오현택(4세이브)이 현재 마무리로 나서는 중이다. 오현택의 현재까지 경기 내용은 웬만한 소방수들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그는 아직 풀타임 경력이 없다. 손승락이 2010시즌부터 전문 마무리를 맡은 경력직 대리급이라면 오현택은 아직 1년차 사원급. 두산이 다른 투수로 보험을 들어놔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마땅한 요원이 보이지 않는다.
냉정히 봤을 때 두산의 넥센전 전망은 어두운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21일 첫 경기 선발로 김상현-앤디 밴 헤켄이 맞붙는 가운데 헤켄이 넥센 원투펀치 한 축이라면 김상현은 많은 이닝 소화가 쉽지 않은 5선발 스윙맨이다. 김상현이 선발로 호투하더라도 누군가 릴리프로 마무리 오현택까지 바통을 이어줘야 하는 데 그 검증된 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다. 김상현이 초반에 무너져 투수들이 잇달아 바통을 잇는 가운데 타선을 앞세워 따라간다 하더라도 이는 투타 모두에게 피로를 안겨줄 수 있다. 장기 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를 감안하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시즌 전 전문가들은 두산을 들어 KIA, 삼성과 함께 3강으로 놓았다. 물론 이는 선발진이 지난해처럼 안정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투수진의 힘이 기대 이하로 뚝 떨어진 상태다.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가 미친 활약을 펼친다거나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두산은 올 시즌 강호가 될 수 없다. 공격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팀은 강호가 아니라 ‘한 방’을 노리는 도깨비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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