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 마운드는 하위권에 자리한 팀 순위를 무색케 할 정도로 순항 중이다. 팀 평균자책점 3.94로 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고 볼넷(116개)과 WHIP(1.33)도 삼성 다음이다. 총 득점과 총 실점으로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 51.4%로 실제 승률 42.9%보다 약 9%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마운드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진과 불펜진을 나누면 부족한 점이 보인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3.32로 리그 정상인 데 반해, 선발 평균자책점은 4.33으로 리그 7위다. LG의 부진을 두고 좀처럼 점수를 뽑지 못하는 타선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상대 선발투수와의 대결에서 기선제압에 실패하는 선발진의 탓도 있다. 무엇보다 리그 정상급 외인 원투펀치라 전망했던 리즈와 주키치의 부진이 뼈아프다. 특히 주키치는 8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만 올리며 평균자책점 5.02로 무너졌고 현재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선발진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좌투수 신재웅(31)의 21일 대구 삼성전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이래저래 주목할 만하다. 신재웅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 11경기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활약했다. 후반기 LG 선발진을 이끌었던 신재웅이 올 시즌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다면, LG 선발진은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다.

신재웅은 150km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와인드업 동작이 없는 간결한 투구 폼으로 상대 타자와 타이밍 싸움에서 쉽게 우위를 점한다. 몸쪽 로케이션 공략에 능하며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만큼 수 싸움도 뛰어나다. 투구 템포가 빨라 야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며 투구 동작 후 아홉 번째 야수로서 땅볼처리 능력도 발군이다.
무릎 부상 재활로 1군 합류가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콜업 후 불펜에서도 평균자책점 2.61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신재웅은 올 시즌 1군 첫 등판이었던 4월 27일 잠실 롯데전에서 4⅓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신재웅으로 인해 LG는 필승조를 모두 아꼈고 다음날 경기를 잡으며 위닝시리즈를 달성했었다. 이후에도 신재웅은 류택현의 엔트리 말소로 인한 원포인트 릴리프 자리를 메웠고 지난 19일 류택현의 복귀와 함께 선발진으로 들어갔다.
첫 선발 등판 상대인 삼성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신재웅은 지난 시즌 삼성을 상대한 2경기에서 모두 선발승을 거뒀다. 두 경기 총합 11이닝 동안 2실점했고 탈삼진도 11개나 올렸다.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사실 약 한 달전인 4월 23일 삼성과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우천취소되지 않았다면 신재웅의 선발 등판은 보다 빨랐을 것이다. 당시 차명석 투수코치는 “재웅이를 25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시킬 생각도 했었다. 비로 인해 23일 경기가 취소되지 않았으면 1군 콜업 자체가 더 빨랐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주키치의 컨디션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 주키치는 지난 17일 2군 등판서 6이닝 3실점했는데 2군 코칭스태프는 “여전히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23일 1군 합류가 가능한 주키치의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 질수 있고, 지난 19일 국내 무대 데뷔전을 치른 류제국의 향후 로테이션 소화 여부도 아직 확실치 않다. 그만큼 LG가 선발진을 재건하기 위해선 신재웅의 호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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