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선수에게도 고민은 있다. 자신의 성적에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최정(26, SK)이라면 더 그렇다. ‘완벽주의자’ 최정의 마지막 고민은 바로 수비다.
2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최정이다. 더 전진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최정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성적만 놓고 보면 생애 최고의 시즌이다. 최정은 20일 현재 타율 3할5푼2리(리그 2위), 12홈런(1위), 39타점(1위), 장타율 7할3리(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타점·장타율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며 거포 재능까지 유감없이 뽐내는 중이다.
물론 최정은 원래부터 잘 치는 타자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페이스가 더 빠르다는 것에 주목할 수 있다. 최정 자신도 인정한다. 최정은 “초반에는 항상 타율 중심으로 가려고 하는데 올해는 홈런도 나온다”라고 했다. 현재 타격폼에 대해서도 만족을 드러냈다. 최정은 “하체 중심의 타격폼이다. 작년 후반기에 일시적으로 괜찮았는데 캠프 때 내 폼으로 만들었다. 웨이트와 단거리 훈련을 하면서 순발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최정은 올 시즌 가장 유력한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요즘 최정의 표정은 별로 밝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비다. 최정의 3루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130경기에 뛰면서 실책은 6개뿐이었다. 물이 올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34경기에서 벌써 8개의 실책을 범했다. 오지환(LG)과 함께 리그 최다 실책의 불명예다.
최정은 방망이보다는 수비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타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수비부터 착실히 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런 최정이 수비에서 고전하고 있으니 마음의 부담이 될 법하다. 최정은 “올해 수비가 안 된다. 수비가 재밌었는데 요즘은 어렵고 두렵다”라는 말로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최정은 지난 3월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다 훈련 중 타구에 눈 부위를 맞았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후 심리적인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실책이 속출하다보니 이제는 실책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도 “실책이 대부분 쉬운 타구에서 나왔다”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최정은 “타구에 맞은 뒤 다음날부터 바로 둔해지고 공을 피하게 되더라”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이제는 핑계로 들릴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가짐부터 가다듬고 있다. 최정은 “자꾸 쫓기다 보니 몸이 먼저 나가고 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라는 자기주문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진단은 나왔다. MVP 후보의 처방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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