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몽타주'(정근섭 감독)이 개봉 5일 만에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 '아이언맨3'(쉐인 블랙 감독)를 이기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아이언맨3'의 승승장구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던 한국 영화 시장에서 '몽타주'가 뜻밖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것.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루 동안 '몽타주'는 7만 502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72만 4688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간 '아이언맨3'의 장기 흥행과 그에 대적하는 한국 영화는 크게 눈에 띄는 작품이 없어 '한국 영화 위기론'까지 고개를 들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번 '몽타주'의 박스오피스 정상 탈환으로 한국 영화는 구겨졌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게 됐다.
'몽타주'는 일명 '서진이 유괴사건'이 벌어진 후 15년이 지난 시점, 똑같은 수법의 사건이 되풀이 되는 것을 발견한 담당형사 청호(김상경 분)와 범인 찾기에 나선 서진 엄마 하경(엄정화 분),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 한철(송영창 분)이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유괴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세븐 데이즈', '그 놈 목소리' 등 한국형 범죄 스릴러물과 비교할 수도 있고,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시점에서 조망되는 점에서는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어쩌면 한없이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영화가 관객들의 관심을 서서히 받기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잘 짜인 시나리오를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몽타주'의 플롯은 분명 흥미롭다. 결국 영화의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라고 한다면, 그 흥미를 이끌어낼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나리오다.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것.
또한 영화 전반에 내재된 모성애 코드도 특별히 한국 관객들에게 통할 만한 요소.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7번방의 선물'로부터 시작해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최근 흥행 트렌드는 부성애였다. 특히 '7번방의 선물'은 '남자도 울게 만드는 영화'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많은 중년관객을 끌었었다. 바보지만 딸을 향한 사랑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자녀를 가진 많은 중년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산 것. 자녀를 향한 부모의 극진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모성애 역시 부성애와 다를바 없다. 이 애끓는 모성애는 '몽타주'에서 엄정화의 폭발적인 연기를 통해 전달된다.
피가 난무하지 않은 영화라는 점 역시 '몽타주'의 강점이다. 실제 영화 속에서는 잔인하다고 말할만한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과 집중도는 매우 높다. 이 부분에서는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 섬뜩함을 연출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인정받을 듯하다.
슈퍼히어로의 자리를 빼앗고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한 한국 영화 '몽타주'가 장기 흥행에도 성공하며 진정한 구원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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