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선 남녀주인공들의 화학작용이 인기의 중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최근 다수의 드라마에서 남남커플들의 닭살 돋는 호흡이 남녀주인공의 멜로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친구든, 사랑의 라이벌이든 여자주인공보다 남자주인공과 있을 때 더 재미있고 잘 어울리는 그들이 심상치 않다.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장규직(오지호 분)과 무정한(이희준 분)은 동시에 미스김(김혜수 분)을 좋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삼각관계에 눈이 쏠리면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규직과 정한의 진한 우정이다.
규직은 명문대를 나와 타고난 눈치와 아부로 우수상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은 마케팅 영업부의 신임팀장. 쉽게 흥분하고, 계약직에겐 냉정한 스타일이다. 반면 정한은 입사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규직과 달리 차분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다. 그는 규직이 흥분할 때마다 그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규직이 '마초남'이라면 정한은 '초식남'이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향을 지난 규직과 정한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정한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무르게 행동할 때 규직이 나서주고, 규직이 미스김과 투닥거리며 흥분할 때 정한이 말려준다. 두 사람 중 누군가에게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서로를 위해 고개를 숙일 줄 안다. 또 그들의 공통 관심사인 미스김에게 찾아갈 때도 같이, 심지어 좋아하는 것도, 고백하는 것도 같이 하고 있다. 이렇듯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있는 규직과 정한의 관계는 남녀의 사랑과는 또 다른 남자들끼리의 진한 애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의 이승기도 남자배우들과의 호흡이 꽤 보기 좋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이승기는 누구와 붙어도 화학작용이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
'구가의 서'에서 이승기는 지리산의 수호신수 구월령(최진혁 분)과 인간 어머니 윤서화(이연희 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 최강치 역을 맡았다. 최강치는 거침없고 저돌적이며,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다. 한 번 마음에 꽂히면 기어코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호기심이 왕성하다.
방송 초반 강치는 박청조(이유비 분)와의 애틋한 사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만큼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아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백년객관에서 친형제처럼 함께 자란 박태서(유연석 분)와 강치는 청조와의 사이만큼이나 애틋하다. 태서가 강치를 배신하고 죽이려고 했지만 후회하며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남녀주인공 못지않은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밖에도 강치가 무형도관의 공달선생(이도경 분)이나 곤(성준 분)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구가의 서'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특히 지난 20일 방송된 13회에서 구월령이 재등장하면서 앞으로 부자관계인 구월령과 최강치의 만남이 또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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