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 ‘박재홍 기’ 받고 싶은 부분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1 14: 30

“많이 혼났죠. 제가 야구를 못할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상황마다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한동민(24, SK)은 최근 성대한 은퇴식을 갖고 팬들과 작별을 고한 박재홍(40) MBC SPORTS+ 해설위원을 어려운 선배로 기억한다. 그럴 만도 하다. 한동민이 갓 프로에 데뷔했을 때 박 위원은 이미 프로야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대스타였다. 후배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박 위원도 한동민에게 많은 질책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한동민은 “신인일 때 2군 캠프에서 처음으로 박재홍 선배와 같이 뛰었는데 많이 혼났었다”라고 추억을 떠올렸다.
그 때까지만 박 위원과 한동민의 연결고리가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동민은 올해부터 박 위원의 등번호 ‘62번’을 물려받아 쓴다. 박재홍의 은퇴와 맞물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지난 18일 열린 박 위원의 은퇴식 때 한동민이 등장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였다. 한동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많은 말씀은 없으셨고 선배님이 ‘열심히 잘하라’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팬들은 박 위원의 은퇴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새로운 62번’ 한동민의 활약은 한가닥 위안이 된다. 올해 혜성처럼 떠오른 한동민은 전지훈련부터 두각을 드러낸 끝에 이제는 SK의 당당한 주전 선수로 자리했다. 팀 중심타선에서 위치하며 20일 현재 타율 2할7푼2리, 5홈런, 2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상황 대처 능력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리그 타점 9위다. 좀 더 경험이 쌓일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등번호에 대한 부담은 있나보다. 한동민이 62번을 택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바꾼 등번호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를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동민은 “처음에는 ‘네가 뭔데 그 번호를 다냐’라는 팬들도 있었다”고 담담하게 회상했다. 섭섭하기도 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는 박 위원의 장점만을 흡수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워낙 대스타라 배울 것이 많은 선배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한동민은 “도루 능력을 배우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한동민은 주루 플레이 향상에 대한 욕심이 많다. 전지훈련 때는 주루 인스트럭터를 하도 쫓아다녀 그 코치가 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동민은 “루상에만 나가면 소심해진다. 상대 투수가 견제하면 긴장하기도 한다. 타구 판단 미스도 많이 했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통산 267도루를 기록한 박재홍의 기가 등번호를 통해 한동민에게 전해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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