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오는 27일부터 새 드라마 ‘무정도시’(극본 유성열, 연출 이정효)를 방송하며 월화극 경쟁에 뛰어든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이후 5개월만의 월화극 방송 재개다. 시간도 오후 10시대에 편성을 결정하며 지상파 3사 드라마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무정도시’는 과연 웃을 수 있을까?
‘무정도시’는 마약조직을 무대로 활동하는 언더커버와 그들의 정체를 모른 채 쫓는 경찰들 간의 대결을 그린 느와르액션멜로 드라마.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지상파에서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장르를 선택한 데 있다.
이 같은 점은 지난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1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베일을 벗은 ‘무정도시’ 1회는 선혈이 낭자하고 폭력성에 있어 꽤 높은 수위를 드러내며 느와르장르를 실감케 했다. 범죄조직 저울파 두목이 골프채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조직원들을 다루는 장면이나, 폭력으로 일관하는 경찰의 용의자 취조 과정의 살벌함, 여형사 경미(고나은 분)와 소아성애자가 엘리베이터에서 피 튀기는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폭력성이 짙었다.

그러나 느와르 장르가 범죄세계를 배경으로 냉혹한 지하 세상의 얼굴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장면은 사실 예정된 수순. 오히려 어설픈 범죄세계 묘사는 장르가 불러일으키는 기대감에 실망감을 안기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과감한 장면은 현명한 선택이다. 느와르 장르를 표방했다는 제작진의 홍보는 적어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수위를 ‘무정도시’가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지의 여부다.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지상파가 아니라 수위를 높게 잡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거의 같은 제약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느와르 장르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시사회 영상과는 달리 본방송에서는 모자이크 처리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게 이 PD의 솔직한 말.
이 같은 고민은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한 차례 철퇴를 맞은 JTBC 주말드라마 ‘꽃들의 전쟁’의 사례가 있기에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시 ‘꽃들의 전쟁’은 적나라한 모유수유 과정이 나온 장면과, 러브신, 목에서 피가 튀며 잔인하게 죽어가는 장면이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꽃들의 전쟁’은 이 같은 철퇴 이후 수위를 대폭 조절했고, 다른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처음의 포부와는 달리 현재는 이 같은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무정도시’ 역시 야심찬 출발과 달리 느와르 장르의 매력을 살리는 데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은 비슷비슷한 소재와 천편일률적인 장르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반면 케이블 채널에서는 ‘나인’, ‘텐’ 등이 새로운 소재와 장르로 작품성을 인정 받으며 틈새 시장을 파고 들었다. ‘무정도시’는 과연 ‘나인’, ‘텐’ 등을 잇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느와르 장르가 무색한 무색무취의 작품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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