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두산’, 투수 털어넣은 최악 경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21 22: 25

투수는 투수대로 썼다. 여기에 빈볼로 투수가 퇴장당하기까지 했다. 야구장을 찾은 1루 측 팬들은 무슨 죄로 그런 경기를 보았는가. 가뜩이나 투수도 없는 데 추격조는 나오는 족족 실점하고 물러났고 화를 참지 못하고 수건을 던졌다. 부상 전력의 베테랑들이 결국 경기 막판에 고생을 했다. 두산 베어스는 21일 넥센전서 화를 참지 못하고 지는 경기를 자초했다.
두산은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7-15로 완패했다. 4회말 3득점을 올리며 4-6까지 따라갔을 때만해도 접전 양상이 예상되었으나 추격조 투수들의 잇단 난조, 그리고 빈볼 퇴장까지 나오며 5회초에만 무려 8실점했다. 이미 그 때 경기는 끝났다. 타선은 막판까지 쫓아갔으나 중반부터 크게 기울어진 승패 추를 되돌리기는 무리가 있었다.
계투로도 등판이 잦았던 선발 김상현의 2⅔이닝 4실점 강판은 사실 두산에서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발진의 총체적 난국 속에서 원체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힘들었던 김상현이었던 만큼 뒤를 책임질 투수도 준비해야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롱릴리프 추격조 투수를 점지하는 것조차 힘든 두산의 현실이다.

김상현의 뒤를 이은 투수들은 모두 상태가 안 좋았다. 시즌 개막부터 오락가락하던 변진수는 ⅓이닝 2실점에 그쳤고 뒤를 이은 임태훈도 1⅓이닝 3실점으로 무너졌다. 여기에 뒤를 이은 이혜천과 윤명준은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각각 3점과 2점을 내줬다. 윤명준의 경우는 유한준과 김민성에게 연속 몸에 맞는 볼을 내주고 퇴장조치당했다.
이해는 할 수 있다. 4-12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2루에 있던 강정호가 3루 도루를 감행했다. 지고 있는 팀을 완전히 우롱하는 꼴인 만큼 유한준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았던 두산은 2연속 몸에 맞는 볼을 내줬고 김민성이 얼굴 근처 왼 어깨 부위를 맞으며 결국 윤명준은 빈볼로 퇴장당했다. 잠시 동안의 벤치 클리어링도 이어졌다. 넥센 측도 강정호의 도루가 무리했음을 자인하는 듯 큰 충돌을 빚지 않고 물러났다.
두산이 화를 못 참고 분을 표출한 뒤 결국 홍상삼-이재우-정재훈이 추가로 마운드에 올랐다. 최근 선발 중 더스틴 니퍼트만이 제 몫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계투 요원들의 과부하 현상을 막아야 하는 가운데 상대 도발로 두산은 화를 참지 못했다. 이미 변진수-임태훈-이혜천을 쓴 상황에서 그나마 길게 끌고 가야했던 윤명준이 빈볼 시비로 퇴장당했다.
퓨처스팀에서 올라올 투수들이 대기 중이라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일 수 있다. 팔꿈치가 안 좋았던 김강률, 어깨 통증으로 재활조에 있던 김명성-안규영 등이 1군 콜업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현 상황을 보면 몸 상태가 안 좋았던 투수들에게 큰 책무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1군에 남은 투수들 중 제 역할을 못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두산은 분을 참지 못하고 완패를 자초했다. 타선의 화력이 괜찮았음을 감안하면 21일 두산의 넥센전은 말 그대로 말아먹은 경기다. 0-1로 져도 0-20으로 져도 같은 1패지만 이번에는 투수를 8명이나 쏟아붓고 진, 효율성마저 떨어진 최악의 경기였다.
farinelli@osen.co.kr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