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 SK 불펜 자존심 세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1 21: 45

역시 최후의 보루였다. 어려운 상황, 어려운 시기에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박희수(30, SK)가 SK 불펜의 자존심을 지키며 팀 수호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박희수는 2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 3-2로 앞선 8회 1사 2루에 등판해 추가 실점을 막으며 시즌 4세이브째를 올렸다. 무너지던 팀 불펜을 일으켜 세웠다는 측면에서 1세이브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SK는 올 시즌 불펜 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경기를 앞두고는 불펜 투수 세 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최영필 윤길현 임치영을 내려 보내고 채병룡 문승원 이한진을 수혈했다. 이만수 SK 감독이 “투수 세 명을 한꺼번에 교체해 보기는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로 불펜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이 감독은 불펜을 개편하면서 투수들의 보직도 손을 봤다. 여러 선수들의 보직이 바뀌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최후의 보루인 박희수가 나설 때까지 안전하게 리드를 지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이런 이 감독의 구상은 21일 경기에서 다소 꼬였다. 필승조로 지목했던 이재영이 8회 1사 후 나성범에게 다소 불운한 2루타를 허용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자 이 감독은 박희수를 호출했다.
결코 편안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마무리의 등판 시점보다 훨씬 앞이었다. 여기에 1점차 리드에서 주자는 득점권에 있었고 타자는 상대 4번 타자 이호준이었다. 몸이 덜 풀린 듯 이호준에게 볼넷을 내주며 역전주자까지 나갔다. 그러나 박희수는 침착했다. 흔들리지 않는 투구 내용으로 위기를 잠재웠다.
박희수는 1사 1,2루의 위기에서 조영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전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던 권희동도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박희수의 분투에 야수들도 힘을 냈다. 8회 볼넷 3개로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고 김강민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타점 3루타로 박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점차. 박희수의 건재함을 생각하면 NC에는 큰 점수였다.
박희수는 왼 팔꿈치에 통증이 있어 시즌 출발이 늦었다. 4월을 모두 건너뛰었다. 정우람이 입대한 상황에서 마무리로 일찌감치 박희수를 낙점했던 팀의 구상이 엉클어졌다. 든든한 마무리가 없다보니 앞에 나서는 투수들의 스트레스도 심했다. 악순환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한 마무리인 박희수가 뒤에 버틴다. 이날 경기는 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증명사례였다.
박희수는 경기 후 "1점차의 상황이었지만 1루가 비어 있어 편하게 투구했다. 지난번 (윤)희상이의 승리를 챙기지 못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세든의 승리를 꼭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희수는 "최근 불펜이 힘든 상황이지만 내가 잘 던지면 불펜도 곧 좋아지리라 생각된다"면서 "내가 좋을 때 불펜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런 박희수가 있기에 SK 불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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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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