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던 ‘호구’ 최진혁은 없었다. 비록 사랑하는 여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천년악귀가 돼서 악역 아닌 악역이 됐지만, 여성 시청자들을 홀리는 그의 섹시한 매력은 배가 됐다.
최진혁이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본격적으로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1일 방송된 14회에서 천년악귀가 된 후 분노로 가득찬 구월령으로 아들 최강치(이승기 분)와 대립각을 세웠다.
월령은 인간 윤서화(이연희 분)를 사랑해 목숨까지 걸었지만 처참하게 배신을 당하고 악귀가 됐다. 이후 무고한 사람을 죽이더니만 아들 강치의 존재를 알고도 적대감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14회 마지막 장면은 강치가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담여울(수지 분)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가득찬 월령이 마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그려졌다.

인간을 무참히도 죽이고 있는 월령과 그의 아들 강치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이 예상되면서 마무리된 것. 강치가 아버지 월령과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일은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쉽게 예상한 전개는 아니었다.
악귀가 되기 전 순수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월령이 아들의 존재를 알고도 폭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초반 사랑에 푹 빠져 달달한 순정남의 모습을 보여줬던 월령이기에 어두침침한 가운데 살기를 드러내는 심경의 변화는 안방극장의 호기심을 한없이 자극하고 있다.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월령 역의 최진혁은 장면 하나하나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나오는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나올 때마다 안방극장의 숨을 멎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천년악귀로 변신한 남자 최진혁의 매력이 여성 시청자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강치 역의 이승기에 이어 무려 아버지인 최진혁까지 멋있게 그려지며 두 남자의 매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멋있게 그려지면 안되는 악귀 최진혁은 살기로 가득한 눈빛마저도 섹시하게 표현하고 있다. 분명히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주인공 강치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인물이지만 월령 역의 최진혁이 드러내는 거친 남성미와 중저음의 목소리가 만드는 섹시한 매력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이미 방송 초반 로맨티스트의 모습으로 배우 최진혁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재등장 이후에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극을 휘어잡고 있다. 한편 최진혁이 강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구가의 서’는 현재 강치와 그의 아버지 월령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어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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