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이 정도로 살아있는 디테일을 가진 MC는 없었다. 배우 봉태규가 전무후무한 ‘덕후 MC’로서 토크쇼 MC 신고식을 마쳤다.
봉태규는 지난 21일 방송된 SBS 토크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새 MC로 안방극장 문을 두드렸다. 봉태규는 신동엽, 김희선, 김구라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예정. 일단 첫 방송만 봤을 때 MC 봉태규의 성적표는 훌륭하다.
그는 이미 MC로서 자리를 잡은 김희선과 예능 선수인 신동엽·김구라 사이에서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들을 마구 쏟아내며 출연자들과 MC들을 휘어잡았다. 진행은 처음이었지만 연예인 선후배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질문들은 ‘화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는 이날 까마득한 옛일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며 스스로에 대해 ‘덕질’을 좋아한다고 표현했다. ‘덕질’은 어떤 일에 집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어로 표현한 신조어인 ‘덕후’ 행동을 하는 일을 의미한다. 스스로 ‘덕질’을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느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세세했고 깊이가 있었다.
봉태규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제가 본 것은...”으로 시작되는 질문이었다. 그는 “제가 이창훈 선배님한테 꽂혀서 덕질을 했어요”라고 말하면서 이창훈의 과거 스캔들을 줄줄이 언급했다. 이창훈이 어떤 방송프로그램에 나와서 해명을 했는지, 당시 이창훈의 상황은 어땠는지에 대해 이창훈 당사자보다 더욱 세세하게 열거했다. 이는 제작진이 사전에 준비한 대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때문에 이창훈은 봉태규에게 ‘봉기자’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신동엽은 “인터넷과 TV만 보느냐”고 신기해 했다.
앞서 봉태규는 “간만에 일이 생겨서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다”면서 “철저히 준비를 했다”고 MC로서 각오를 불태웠다. 본업이 연기인 까닭에 진행자로서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배우로서 주목을 받겠다는 생각보다는 MC로서 출연자들을 돋보이게 하겠다는 각오를 온몸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봉태규가 정밀하고 세세한 질문으로 ‘덕후 MC’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그는 출연자들의 말 하나하나에 크게 웃어주는 MC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을 첫 방송부터 뽐냈다. 박수를 치며 크게 웃거나,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간단히 살을 붙여 재미를 만들어내는 임무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현재 ‘화신’은 여느 지상파 토크쇼와 마찬가지로 낮은 시청률로 미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덕후 MC’라는 신기원을 연 봉태규가 첫 방송 이후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화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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