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누구에게나 가슴 아프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승리의 문턱에서 역전을 당해 곤두박질쳤다면, 그로 인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그 분노와 슬픔은 더욱 클 것이다.
분노를 참아내기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분노를 내키는대로 표출하는 것이 허용되는 상대는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어린 아이들이나 심신미약자 정도가 아닐까. 아니면 분노조절장애라도 있다거나.
FC서울에 패한 베이징 궈안에는 그런 선수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베이징 궈안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16강 2차전 FC서울과 경기서 1-3으로 역전패, 8강 진출에 실패했다.

1차전 홈경기서 득점 없이 비긴 베이징은 2차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야 하는 서울에 비해 한 골만 넣어도 유리해지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전반 9분 만에 프레드릭 카누테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아 승기를 가져갔다. 설령 서울이 한 골을 만회해 1-1로 비기더라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거, 베이징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였다.
다급해진 서울은 파상공세를 펼치며 베이징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결국 실점 없이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베이징의 벤치는 벌써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듯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후반 14분 몰리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데얀이 실축할 때까지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베이징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페널티킥 실축 이후 곧바로 아디가 동점골을 성공시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아디의 동점골에 후반 24분 윤일록의 역전골까지 터지면서 승기는 단숨에 서울 쪽으로 넘어왔다. 좀처럼 동점골을 만들어내지 못한 베이징은 설상가상으로 후반 34분 카누테가 오프사이드 휘슬을 무시하고 슈팅,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급격히 흔들렸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고명진에게 쐐기골까지 헌납한 베이징은 승리의 문턱에서 숨가쁘게 고꾸라졌다. 분노가 클 수밖에 없었다. 퇴장당한 카누테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곧바로 침묵 속에 믹스트존을 빠져나갔고, 베이징 선수들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락커룸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베이징 선수들이 분노를 풀어낸 대상은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자신이 아니었다. 베이징은 말 못하는 락커룸을 상대로 분풀이를 했다. 작전 지시를 위한 백보드가 무너졌고, 휴지통은 축구화를 신은 발에 걷어차였다. 락커룸 곳곳에 화를 참지 못하고 무언가를 휘두른 흔적이 역력했다. 움푹 패이고 꺼진 흔적에 선수대기실 팻말까지 잡아뜯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분노의 흔적을 남겨놓고 경기장을 떠났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분노는 누구에게나 참기 힘든 종류의 감정이다. 욱하고 치밀어오르는 화를 절제하는데는 물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베이징은 카누테와 게론이라는 정상급 선수들을 앞세워 아시아 무대를 노릴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 그런 분노를 절제할 만한 인내심을 쌓지는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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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