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기분 좋은 재발견이 또 있을까.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에서 대한민국의 대표 섹시스타 배우 김혜수는 전무후무한 미스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코미디에도 재능이 있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특히 여배우로서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엽기(?) 장면들을 거뜬히 소화해 낸 그의 열정은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이라 할 만 했다.
21일 오후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에서 미스김(김혜수 분)은 마지막까지 능력자임을 입증했다. 드라마 내내 여러 가지 자격증으로 자신이 보유한 다양한 능력들을 과시해왔던 그는 이번에도 선거 유세로 지역구 의원 3명을 당선시켰던 경험을 살려 ‘엄마에게 잘하자’ 카페의 안내 멘트를 녹음하는가 하면, 재난인명구조요원 자격증으로 장규직(오지호 분)을 가스 폭발 사고의 위험에서 구해냈다.
방송 내내 미스김이 선보였던 다양한 능력은 셀 수 없이 많다. 빨간 내복을 입고 선보였던 ‘쩍벌춤’부터 모두를 놀라게 했던 화려한 탬버린 신공에 남자들을 거뜬히 이기는 유도와 씨름 실력까지 미스김은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능력으로 와이장 식구들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미스김은 매우 독특한 캐릭터다. 촌철살인의 직설화법, 갖가지 기상천외한 변신으로 약자의 수호천사가 돼 주면서도 쓸데없는 칭찬이나 관계 맺기는 단번에 사절하는 카리스마와 가끔씩 보이는 엉뚱함으로 주는 코믹함, 강한 모습 뒤에 숨겨진 상처받고 여린 내면을 갖춘 입체적인 캐릭터이기에 단순히 독특한 면만 부각시킨다고 제대로 소화될 리 없는 역할인 것. 김혜수는 이 독특하고 복잡한 인물을 마치 자신의 모습인 듯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데뷔한 지 30년 가까이 되는 김혜수는 물론 연기파 배우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여러 모습을 선보였다. '좋지 아니한가', '이층의 악당' 등의 영화에서는 특유의 코미디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중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이미지는 드라마 ‘스타일’이나 영화 ‘타짜’ 등에서 선보인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다. 그리고 미스김 캐릭터는 김혜수의 이런 기존 이미지에 친근함이라는 매력을 더하며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켰다. 예쁘고 섹시한 외모를 가지고 아저씨들이나 할 법한 기묘한 포즈로 아침마다 체조를 하고, 일적인 것이 아니면 단호하게 거절하면서도 결국엔 약자를 돕고 마는 미스김 언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김혜수는 절제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엽기적인 미스김의 행동을 과감하고 쿨하게 선보인 그의 균형감각은 단연 돋보였다. 과연 미스김은 김혜수의,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를 위한 배역이었고, 재발견이라 부를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기막힌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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