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한국의 놀란 라이언을 꿈꾸며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3.05.22 10: 30

"좋다. 훈련량은 더욱 많아졌지만 이곳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 동료들과 함께 있으니 참 좋다. 운동이라는 게 혼자 하면 재미없다. 같이 어울리고 해야 힘들어도 이겨내지. 특히 재활 훈련은 더욱 그렇다".
지난 21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권오준(33, 삼성)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1월 23일 오후 일본 군마현의 게이유 정형외과에서 이토 박사의 집도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던 권오준은 2월 25일부터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그라운드 복귀를 위한 기초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권오준은 21일부터 경산 볼파크에 합류, 네트 스로잉으로 감각을 익힌 뒤 캐치볼과 롱토스 등으로 훈련 강도를 높일 예정.
권오준은 훈련 첫날부터 장거리 러닝을 뛰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뻘뻘 흘렸다. 훈련 내내 "힘들다", "죽겠다"는 말 뿐. 그래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권오준은 "오늘 출근하는데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최대한 빨리 이곳에 적응해야 한다"며 "그동안 실내에서만 운동하다가 실외에서 하게 돼 새롭다. 잘 알다시피 대구가 좀 더운 곳인가. 더워도 너무 덥다. 한여름에도 지치지 않고 잘 하려면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팔꿈치 수술 이후 체중 조절에 돌입한 권오준은 앞으로 2~3kg 정도 더 뺄 생각. 평소보다 체중을 줄이면 재활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훈련 강도가 센 만큼 자연스레 빠질 것"이라는 권오준은 "대신 근육량은 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재활 훈련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강약 조절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준은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기초 재활 훈련할 때 특별한 택배를 받았다. 팬들이 권오준을 위해 정성스레 만든 응원 문집이었다.
"인천에 사시는 한 팬분께서 보내주셨는데 1999년 프로 데뷔 후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이 책에는 100명의 격려 메시지가 담겨 있었는데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 정말 큰 감동이었다. 빨리 돌아오라는 말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만 해달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힘들고 아플때 팬들의 응원은 정말 큰 힘이 된다. 나는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 삼진을 잡을때 짜릿함을 느끼는데 이 선물을 받았을때 똑같은 느낌이었다".
선수 생명을 걸고 세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아주 컸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긍정의 힘을 믿었다. 권오준은 "일부러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놀란 라이언이 34살 때부터 전성기였다고 하던데 나도 내년이면 만 34세가 된다. 내년에 전성기가 올 수 있도록 잘 만들겠다. 내년에 재기에 성공하면 언론을 통해 팬들의 고마운 마음을 반드시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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